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반도체 특별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누더기가 되고 말았다. 지난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개정안에는 대기업이 반도체 등 국가 첨단 전략산업에 시설 투자하는 경우 투자 금액의 8%를 세금에서 공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 세액공제율은 대기업 6%, 중견기업 8%, 중소기업 16%였다. 중견·중소기업 세액공제율을 그대로 둔 채 대기업만 2%포인트 높이는 데 그쳤다.
이는 당초 논의됐던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여서 업계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설비투자액 대비 세액공제 비율을 대기업은 6%에서 20%로, 중견기업은 8%에서 25%로 올리자고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대기업 특혜'라며 각각 10%와 15%를 제시했다. 기획재정부는 여당안이 통과되면 2024년 법인세 세수가 2조6천970억 원 감소할 것이라며 난색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결국 4개월에 걸친 다툼 끝에 용두사미로 결론이 났다.
국회 다수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의 횡포도 문제이거니와 당초 안보다 못한 'K칩스법'을 만든 여당과 정부 책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 산업 주도권을 확보한 뒤에 세수를 늘릴 수 있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풀지 못한 정부의 단견이 아쉽다. 이러려고 법을 개정한 것인지 개탄이 절로 나온다.
세액공제율 8%는 경쟁국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지난 8월 공포된 반도체과학법을 통해 설비투자 기업에 세액을 25% 감면해 주고 있고, 대만은 기업의 R&D(연구개발)·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15%에서 25%로 높이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25%인 것을 감안하면 8%는 전진이 아니라 후퇴라고 봐야 한다. 반도체 라인 하나를 짓는 데 20조 원가량이 들어가는데, 이를 단순 계산하면 한국 기업이 6개 라인을 지을 때 해외 경쟁 기업(25% 세액공제 적용)은 7개 라인을 신설할 수 있는 셈이다. 다른 나라들은 뛰는데 한국은 뒷걸음질하는 마당에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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