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해상 7m 파도 속 멈춘 어선…동해해경과 선주, 경북도 마음 합쳐 구했다

입력 2022-12-21 16:49:43 수정 2022-12-21 22:13:08

동해 해경, 풍랑특보 내린 독도 해상에서 파도 뚫고 고장난 선박 어선과 승선원 10명 3일 만에 구조
해경대원들 부상 무릅쓰고 이틀 걸쳐 예인, 최시영 동해해경서장도 비상근무
선주는 '선체 포기'하고 "선원들 구해달라"…외국 출장 이철우 지사도 해경·선주 사기 독려

지난 18일 오전 풍랑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독도 북동방 해역에서 조업하다 기관이 고장난 경북 강구선적 통발어선 A호가 표류하고 있다. 동해해경 제공
지난 18일 오전 풍랑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독도 북동방 해역에서 조업하다 기관이 고장난 경북 강구선적 통발어선 A호가 표류하고 있다. 동해해경 제공

"살려주세요! 여기는 독도 북동 약 88해리(162㎞, 1해리는 약 1천852m) 지점입니다. 어선 기관이 작동을 멈춰 배가 떠내려가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오전 2시 35분 울진어선안전조업국에 급박한 무전이 울렸다.

선원 10명을 태우고 조업하던 경북 강구선적의 69톤(t) 급 통발어선 A호가 몰아치는 파도로 기관실에 바닷물이 유입되면서 전기합선으로 추정되는 기관 고장과 정전에 처했다는 조난 신고였다.

당시 사고 지점 해상은 풍랑특보가 내린 상태였다. 해무가 끼고 풍속 18~20㎧, 파도 5~7m에 눈까지 내려 상황이 좋지 않았다.

어선안전조업국은 즉시 동해해양경찰서와 경북도, 울릉군 등 관계기관에 통보했다.

해경은 독도 주변을 경비하던 함정을 사고 지점에 급파했다. 파도와 강풍이 심했던 탓에 사고 어선에 접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해경 대원들은 선원을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사투를 벌였다. 8시간 만에 사고 어선에 300m 길이 예인 밧줄을 거는 데 성공했다.

끝이 아니었다. 어선을 끌고 돌아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도중에 밧줄이 끊어지면 어선이 균형을 잃는 등 더 큰 위기가 닥칠 가능성도 컸다.

해경 함정은 파도가 심하면 멈추고, 잠시 잦아들면 전진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이틀이 지난 20일 오후 6시쯤 울릉도 남동 23해리 지점에 도달해서야 A호를 다른 통발어선에 인계했다.

A호는 21일 오전 8시 강구항에 입항했다. 선원 모두 건강한 채였다.

많은 사람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애쓴 결과였다.

해경대원들이 주된 영웅이었다. 풍랑경보 속 생명의 위험도 아랑곳않고 사고 어선에 접근하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예인 밧줄을 거는 과정에서 다치기도 했다.

최시영 동해해양경찰서장은 사고 발생 보고를 받자마자 출동지시를 하고서 비상근무를 시작했다. 해경 대원들 부상 소식에 놀라기도 했으나 침착하게 구조를 지휘했다.

사고어선 선주 역시 "배는 잃어도 좋으니 선원들만 안전하게 구해 달라"고 해경에 간절히 요청하며 무사 귀환을 진심으로 기원했다. 실제 그는 사고 직후 선체 포기 각서를 썼고, 선장 등과 수시로 연락하며 선원들 건강을 챙겼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베트남 출장 도중 사고 소식을 전해듣고서 해경, 선주 등과 수시로 통화해 상황 파악과 구조 독려에 나섰다. 이 지사 역시 해경대원들 부상을 걱정하면서 그들의 사기를 높이고자 힘썼다.

해경은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 지사는 "높은 파도와 강한 바람, 매섭게 몰아친 한파로 걱정이 컸는데, 인명피해 없이 사고를 잘 수습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살신성인의 사명감으로 선원들 생명을 지켜낸 동해해경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어민들은 이번 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풍랑경보가 내리면 조업을 즉시 멈추고 어선안전조업국과 해양경찰서 등 당국의 통제에 잘 따라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