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 국힘 국조특위 만나 "내일 당장 국조 복귀" 요구

입력 2022-12-20 16:14:01 수정 2022-12-20 17:12:37

유가족 대표 "참사 일어난 정부와 여당이 철저히 외면"
"국정조사나 진상조사 제대로 되지 않으면 거리로 나갈 것"
주호영 "국민이 오래도록 기억해 이런 일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간담회에서 눈물 흘리는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간담회에서 눈물 흘리는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국민의힘 위원들과 이태원 참사 유가족 대표 간 간담회에서 유가족 대표들은 유가족들을 향해 막말을 한 의원들을 규탄하면서 내일이라도 국조특위에 복귀할 것을 20일 촉구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제가 아무리 슬퍼하고 비통해도 여러분의 심정을 십분의 일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애통한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과거 정책위의장 시절 세월호 진상조사법과 손해배상법을 여러 차례 협상을 통해 만들면서 이런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몇 번 다짐을 했지만, 또 이런 일이 일어나 우리 국회에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 대표는 "국조특위가 가동되는데 수사든 국조든 나중에 필요하면 특검 등을 통해서 진상을 밝혀 책임질 사람에게는 책임을 철저히 묻고, 배상이 될지 보상이 될지 모르겠지만 철저한 배·보상을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촘촘히 짜는 일을 되풀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런 일을 국민이 오래도록 기억해서 두 번 다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몇몇 사람만 정신을 차렸으면 대비를 했으면 막을 수 있었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이런 자리를 더 일찍 마련했어야 했는데, 예산 국회 등이 겹쳐서 찾아 뵙는 게 늦었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에 이종철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주 대표와 국조특위 위원들을 향해 "사과 말씀을 요청한 적 없다"며 "왜 지금까지 한번도 유족들을 찾지 않으셨나?"라고 거듭 물었다.

이 대표는 여당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나 야당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해임건의안 철회 등의 조건을 걸고 국조특위에 참가하기로 한 것에 대해 항의하면서 "국민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도와주라고 국민들이 국회의원을 뽑았다. 그런데 왜 일하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잇달아 유가족들에 대한 막말로 구설수에 오른 것에 대해서도 항의의 뜻을 전했다.

이정민 부대표는 "참사가 일어난 이후 너무 힘들고 어려웠는데 아무도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며 "새정부는 참사가 일어났을 때 국민들이 아파하면 더 적극적으로 토닥여줄 거라 믿었는데 정부와 여당이 철저히 외면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또 "국회의원이나 여당에 계신 분들이 주위에 시민단체나 반정부 조직이 결합해서 그런 것들에 물들어 왜곡되고 변질될 수 있다고 했다"며 "유가족들 가운데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그분들은 지금 너무나 비참하고 실망감에 빠져 있다. 자신들이 지지했던 정당이 이렇게 철저히 (유가족을) 외면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어렵고 힘들 때 손 내밀어 주신 분들이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다. 그렇게 하지 못한 정부·여당이 오히려 (우리를) 공격하고 자꾸 정치색으로 간다고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간담회에서 유가족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특위 여당 위원들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간담회에서 유가족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특위 여당 위원들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부대표는 "저희가 요구하는 건 무리하거나 수용하기 힘든 게 아니다, 부모로서 가족으로서 아쉽고 힘든 것을 사정하고 요청하는 것"이라며 "아깝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뿐만 아니라 600여명이 모두 삶을 잃었다. 현재 너무나 처참하고 힘들고 하루가 지옥같이 살고 있다. 그런 마음을 보듬기 위해 정부·여당이 있는 것 아닌가. 저희 아이들이 어떻게 왜 죽었는지조차 모른다면 어떻게 아이들을 쳐다볼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제대로 국정조사를, 철저하게 해서 진상을 밝혀주시길 바란다"며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나 가족들이 한을 풀 수 있게 도와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부대표는 "국정조사나 진상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밖으로 나가겠다"며 "여당에서 말씀하시던 그런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자식 잃은 부모는 두렵지 않다. 저희는 이제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희생자들을 대표한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 발생 인근 지하철역)녹사평역 추모공간을 정식으로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또 극우단체들이 유가족들을 모욕해 고통이 심하다며, 이들이 철수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