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세·김정태 2인전 ‘남겨진 것들’ 전시…대구 북구 어울아트센터

입력 2022-12-23 14:16:28 수정 2022-12-25 17:35:32

31일까지 갤러리 금호

대구 북구 어울아트센터 갤러리 금호 전시장 전경. 어울아트센터 제공
대구 북구 어울아트센터 갤러리 금호 전시장 전경. 어울아트센터 제공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휩쓸려 잊혀지는 것들과 우리의 선택과 필요에 의해 남겨진 것들은 무엇일까. 연말을 맞아 이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보는 기획전시가 대구 북구 어울아트센터 갤러리 금호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에는 1970년대부터 현대미술 운동에 참여해 실험적인 작업을 시작한 김영세, 김정태 작가가 참여한다. 이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나온 흔적을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펼쳐보인다.

김영세 작가는 홍익대 미술대 학사·석사와 독일 뒤셀도르프 국립미술대학 석사를 졸업했으며, 1998년 경북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캔버스가 아닌 사용 후 버려진 박스 종이를 재료로 한다. 용도를 다한 폐지를 펼쳐 그 위에 물감을 '올오버 페인팅'했다. 미니멀하지만 강렬한 채색 외에는 다른 표현이 없음에도, 재료 자체가 담고 있는 메타포가 상당하다.

상자를 접었던 흔적은 화면을 구획 짓는 기하학적 분할 선 역할을 하고, 뜯겨나간 자리에 드러난 골판지 무늬는 아물지 않은 과거의 큰 상처처럼 느껴진다. 여러가지 형태로 눌린 자국 역시 그 흔적을 다 감추지 못한 채 드러나보인다.

헌 폐지에 남겨진 시간의 흔적이 감각적인 색채를 통해 살아난 그의 작품명은 '무용지용'(無用之用). 작가는 "상품의 포장지 역할을 다한 박스는 재생공장으로, 또는 쓰레기 더미에 묻혀 사라진다. 노인의 주름과도 같은 골판지 박스에 연민의 손길을 내밀어봤다. 사라지는 것들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영세 작. 어울아트센터 제공
김영세 작. 어울아트센터 제공

김정태 작가는 '시간-흔적'(time-trace) 시리즈를 선보인다. 그는 영남대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홍익대 교육대학원을 수료했다. 오랫동안 교직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대구화단을 중심으로 현대미술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교단에서 은퇴한 후에도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그룹들과 연대하며 세대를 뛰어넘는 작품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그는 작품 초기 페인팅 화가의 감수성이 탁월하게 발휘되는 평면 회화나 드로잉 작품에서 출발해 미니멀아트의 지적인 추상적 화면을 거쳐, 개념미술가의 창작적 기질이 돋보이는 퍼포먼스 활동까지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해왔다. 특히 개념미술가 특유의 재치와 은유, 상징이 작품을 꿰뚫는 특징을 보여왔는데, 이번 작업에서도 그같은 표현 방식이 돋보인다.

그의 작품은 인물의 뒷모습과 같은 두상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머릿속을 빼곡하게 채우는 까만 테이프들은 반도체의 메모리칩 같기도하다. 머릿속의 텅 빈 일부분은 알 수 없는 숫자나 여러겹의 붓질로도 채워져있다. 제목처럼 지나간 시간의 흔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김영동 미술평론가는 "그의 표현은 원숙한 조형예술가답게 언제나 이미지를 재현함에 있어 회화적 기법, 조각 기술 등에 깊은 조예를 느끼게 하는 차원에서 삶의 얘기를 전달하고 현실을 논한다"며 "시각적 표현 속에 녹음된 작가의 독백을 듣는 듯해 절절한 울림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전시는 31일까지 이어지며 휴관일은 매주 일요일이다. 053-320-5137.

김정태 작. 어울아트센터 제공
김정태 작. 어울아트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