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시민단체 중 하나인 참여연대가 '다크패턴'을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다크패턴은 소비자가 의도하지 않은 선택 또는 구매 결정을 유도하도록 교묘하게 설계된 마케팅 속임수를 뜻한다.
참여연대는 후원신청서에서 기부 가능한 최소 금액이 아닌 더 높은 금액을 기본값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후원자를 유도한 부분 등을 지적 받고 있다.
참여연대가 주축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를 위한 전국 네트워크'가 14일 국회에서 주관한 토론회에서 "카셰어링, 호텔예약사이트 등 일부 앱 서비스에 다크패턴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토론회에서 다크패턴의 예시로 들며 비판한 요소 중 하나가 오히려 참여연대의 후원신청서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일부 시민단체들이 자신의 꼼수는 눈감은 채 앱 서비스 업체만 비난하는 '내로남불'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토론회 주관한 참여연대의 '꼼수'…더 높은 후원금액을 디폴트 설정
14일 기준 국내 15개 주요 시민사회단체 홈페이지의 후원회원 가입 신청서를 살펴본 결과, 참여연대와 녹색소비자연대의 후원 신청서에서 더 많은 후원금을 받기 위한 마케팅 속임수로 볼 수 있는 장치가 발견됐다.
이들 시민단체의 후원신청서가 지적 받는 부분은 △여러가지 후원 금액 옵션 중 가장 낮은 금액이 아니라 더 높은 금액을 기본값으로 설정해 놓은 것 △후원회원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충분히 공지하지 않은 것 △일시후원과 정기후원 여부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은 것 등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참여연대 홈페이지의 정기후원 페이지에 접속하면 기본 선택지가 총 3가지 (월 2만원, 3만원, 5만원) 주어진다. 이 중 가장 낮은 금액인 2만원이 아니라 3만원이 기본값으로 선택되어 있다. 이는 일시후원보다는 정기후원 방식을, 정기후원금액도 가급적 높은 금액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더 비싼 제품을 기본으로 설정(사전 선택)하는 것은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6월 발간한 '다크패턴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다크패턴의 대표적인 유형 중 하나로 제시한 '주의집중 분산' 유형에 해당한다.
참여연대와 달리 굿네이버스, 역사문제 연구소 등은 후원금액에 기본값 설정을 하지 않거나, 가장 낮은 액수로 설정해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참여연대는 후원회원 가입시 누릴 수 있는 혜택에 대한 정보도 충분히 공지하지 않았다. 신청서 아래에는 '정기 회비후원의 경우, 행사초대와 강좌 할인 등 회원혜택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찾을 수 없었다.
후원회원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그래픽 자료까지 활용해 별도의 웹페이지에 자세히 설명해 놓은 어린이재단, 월드비전 등 다른 시민단체 가입신청서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기본 선택지로 제시한 금액도 수 개월 전 대비 급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달만 해도 참여연대의 정기회비후원 금액 기본 선택지는 1만원, 2만원, 3만원의 세 가지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최소 금액이 1만원에서 2만원으로 늘었고, 최고 금액도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상향 조정된 것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참여연대의 지난해 전체 수입 중 81%가 정기회비에서 나온다"며 "주 재원인 정기회비를 가급적 많이 걷기 위한 목적으로 이와 같은 장치를 쓴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2016년 한 시민단체에 의해 기부금품법과 조세범처벌법 등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하면서 후원금 모집 방식과 씀씀이에 대한 의혹제기로 곤혹을 겪은 바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 다크패턴 관련 발제를 맡은 녹색소비자연대의 후원회원 가입 신청 페이지에서도 '꼼수'로 의심할 만한 부분이 발견됐다.
녹색소비자연대 홈페이지에서 후원회원 가입 신청을 하면, 설정한 금액이 매월 자동이체(CMS 출금)되는 정기후원 방식으로 가입이 진행된다. 문제는 일시후원인지 정기후원인지 명확하게 설명이 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기후원 방식임을 안내하는 문구가 없어 일부 신청자가 일시후원으로 혼동할 우려가 있다"며 "중요한 정보에 대한 사전고지가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유엔난민기구, 푸르메재단 등은 후원신청서에서 정기후원과 일시후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두 가지 옵션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 "앱 서비스는 안 되고, 시민단체가 하면 문제없다?"
이 같은 시민단체의 지적에 IT 업체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참여연대와 녹색소비자연대는 국내외 여러 앱 서비스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마케팅적 요소까지 '다크패턴'이라며 비난하고 있다"며 "참여연대 후원 신청서에도 소비자원에서 다크패턴의 대표적 유형이라고 지적한 요소(주의집중 분산)가 적용돼 있는데 똑같은 요소가 IT 앱 서비스에서 발견되면 문제고 시민단체가 쓰면 문제없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크패턴의 개념이 경영이나 마케팅 분야에서 아직 학문적으로 합의된 것은 없다 보니 같은 유형의 마케팅 기법도 해석자에 따라 다른 관점으로 해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 앱 서비스 내에 적용된 다크패턴이라고 지적하는 부분을 보면 속임수라기보다는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정상적인 마케팅 기법에 가까워 보이는 것도 상당수 존재한다"며 "여기에 섣부르게 부정적 프레임을 씌우면 기업 활동의 창의성을 제약하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이익을 훼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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