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칼럼] 미래를 위한 반성, 2022년의 한국 정치

입력 2022-12-11 13:49:45 수정 2022-12-11 15:40:00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2022년(壬寅)이 어느새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세월의 무상함이야 그러려니 해도 지난해를 뒤돌아보고 새해를 준비하는 것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오늘은 지난 1년의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고 반성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

정치적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정권교체일 것이다. 불과 0.7%포인트 차이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었고, 이후의 한국 정치는 3분의 2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권력과 대통령 권력 간의 갈등 구조로 바뀌었다. 이어진 지방선거에서도 역시 지방 권력을 장악했던 더불어민주당의 패배로 두 정당 간의 균형이 이루어졌고, 그동안 견제를 받지 않던 지방정부들이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의한 민주적 통제를 받기 시작했다.

새 정부의 시작은 불행하게도 '갈등'이었다.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을 둘러싼 갈등부터 시작해 얼마 전 우치동물원에 맡겨진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에 이르기까지 정권교체 이후 신구 정부의 갈등은 끊임이 없었다. 사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고 있어 두 세력의 갈등은 시작에 불과하다.

집권 후 국민의힘은 당내 갈등이 불거지면서 여당으로서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여전히 비대위 체제로 당을 운영하면서 한전의 국채 발행 한도를 높이는 법률안 투표에도 소속 의원 절반 이상이 참여하지 않아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방관했다. 무책임에 무능력이 겹친 것이라고밖에 볼 수가 없다.

야당은 또 어떤가.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는 표현처럼 민주당은 공당임을 잊고 이재명 개인의 사당으로 전락했다. 그들에게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이재명 대표만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입만 열면 김건희 여사 타령이다. 오죽 못났으면 남의 아내를 붙잡고 늘어지는가. 하다못해 외교 현장에서 대통령의 부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해도 '빈곤 포르노'라며 비판이다. 베트남 주석과의 담화에서 슬리퍼를 신었다고 야단인데, 청와대 상춘재를 신발 신고 들어가란 말인가.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이태원 참사다. 3년 동안 억눌렸던 젊은이들이 핼러윈을 맞아 한꺼번에 작은 골목길에 몰려 발생한 불행한 사고였다. 질서와 안전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던 사람들의 사전 대비 과정과 사후 처리 과정에서의 잘못은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고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다.

그나마 작은 희망을 본 것은 화물연대 파업에 법과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이 대응한 것이다. 국민은 오랫동안 민주노총의 정치파업에 신물이 났기에 정부의 원칙에 입각한 대응에 박수를 보낸 것이다. 사실은 여기에 앞으로 윤석열 정부가 견지해야 할 원칙이 들어 있다.

대통령 스스로 외쳤던 공정과 상식, 그리고 법과 원칙에 따라 내 편과 네 편이 따로 없는 일관성 있는 대응이 그것이다. 남에게 공정과 상식, 법과 원칙을 주문하려면 스스로 먼저 그것을 지켜야 한다. 공공기관 인사에 전문성과 무관한 낙하산 인사를 하면서 공정과 상식을 외치고, 아끼는 사람이라고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면 그것을 국민이 이해하겠는가.

모든 정책의 기본은 공정과 상식, 그리고 법과 원칙을 따르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 관계나 대중 관계에서 비굴한 모습과 저자세 외교에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국민은 국제법과 원칙, 공정하고 상식적인 외교에 박수를 칠 것이다. 경제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영업자, 그리고 노동자와 소비자들에 이르기까지 각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겠지만, 그들 모두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묘안은 없다. 핵심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상식적인 정책을 추진하는가의 여부다.

한 가지 더 유념해야 할 것은 대통령과 여당의 설명과 소통 노력이다. 대통령의 출근길 인터뷰는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충분한' 설명과 소통이었는지는 의문이다. MBC의 왜곡 보도와 그로 인한 국격 훼손은 인정하지만 대통령 전용기에 MBC 기자만을 배제한 대응 방안에는 쉽게 동의하지 못했다. 모두 충분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의 동의와 지지는 윤석열 정부 성공의 필요조건이다. 그것이 없이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회를 통과할 수 없다. 화물연대 파업에서 국민이 보여준 대통령에 대한 동의와 지지는 2024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 선거에서 진다면 윤석열 정부는 역대 가장 불행하고 아무런 성취도 이루지 못한 식물 정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