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지난 4일이 어머니를 보낸 지 1년이 되는 기일이었네요. 1년쯤 되면 보고싶은 마음이 그나마 좀 진정될 줄 알았는데 아직도 보고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돌아가신 뒤에 부처님은 혹시 뵈셨나 궁금합니다. '해인사 꽃보살'이라 불리실 정도로 불교도로써 신실하셨던 어머니의 모습을 많이 보고 컸으니까요. 어머니가 꽃 공양 할 때 도와드렸던 것 기억하시나요?
1993년 성철스님이 입적했을 당시 7일간 우시면서 성철스님께 드릴 마지막 꽃을 준비하던 모습을 전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스님들이 어머니보고 "보살님은 전생에 해인사 주지스님이 아니었을까요"라고 농담까지 했을까요. 어머니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활에 적용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저 또한 삶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배웠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제게 어머니는 무소의 뿔처럼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남아있어요. 사업을 할 때는 당찬 여걸처럼 보이다가도 사람을 품어야 할 때는 어찌 그리 다정한 모습이셨는지…. 어머니가 다양한 사업을 하시면서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모습도 많이 봤고 사람들이 어머니를 괴롭게 하는 모습도 많이 봤지만 어머니는 당신을 괴롭게 하는 사람들조차도 함부로 버리지 않으시고 품으면서 일을 해 나가셨죠.
어머니가 사람들에게 베푼 정과 덕, 인내가 나중에 좋은 결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서 저 또한 어머니처럼 살아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요즘 저는 어머니가 세상에 남긴 큰 마음을 너무나도 많이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와 이런저런 일로 관계를 맺은 많은 분들이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위로와 함께 "어머니가 우리들에게 베풀어주신 게 참으로 많다"고 하시면서 도움을 주신 부분이 많았거든요.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아, 어머니가 정말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고 사셨구나'하는 걸 느끼곤 합니다.
어머니는 항상 세상을, 사물을 아름답게 보셨고 그래서 미술 작품도 좋아하셨죠. 그래서 예술을 사랑하셨고, 그 영향으로 저는 갤러리까지 열었네요. 요즘도 저는 갤러리에서 다양한 전시를 열면서 미술 작가와 사람들을 연결하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살고 있어요. 어머니 덕분에 엄마 딸은 미술과 사람, 미술과 세상을 연결하는 일을 하며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이름을 딴 갤러리를 연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부끄럽다며 손사래치셨지만 누구보다 좋아하셨다는 걸 전 알고 있습니다. 카페 안에 있는 갤러리 입구를 보기 위해 카운터 옆 입구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손님이 드나드는 걸 보며 흐뭇해 하셨죠. 지금 그 자리에는 어머니가 안 계시지만 가끔씩 그 자리를 보면 갤러리 입구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자꾸 떠오릅니다.
일하다 보면 가끔 제 모습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하는 때가 있는데 흠칫 놀라면서 '피는 못 속이나보다'라는 생각을 해요. 사실, 아직 어머니의 안목이나 카리스마 등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지만요.
어머니가 보여준 세상과 삶에 대한 따뜻한 마음, 타인을 편하게 대하는 자세, 어떤 사람이라도 보듬을 줄 아는 넓은 품…. 제가 어머니에게서 배우고 싶은 건 차고 넘치는데, 얼마나 제가 따라하고 있는지 궁금하고 걱정이 될 때가 가끔 있어요. 살아보니 어머니처럼 사는 게 쉽지 않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거든요. 때로 어머니가 꿈에 나타나셔서 잘 하고 있다고 해주신다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러고보니 살아계실 때 '사랑한다', '존경한다', '보고싶다'는 말 자주 못 했던 게 돌아가시고 나니 너무 죄송할 때가 많습니다. 느낄 때 바로바로 표현했어야 했는데…. 늦었지만 이제서라도 이야기합니다. 어머니, 존경하고, 사랑하고,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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