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2023년도 달력이 등장하면서 새해가 왔음을 알린다. 하지만 연말 분위기는 여느 때와 다른 느낌이다. 일단 송구영신(送舊迎新)을 바라는 분위기가 사라졌다. 회사 동료들의 얼굴에서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버틸 수 있을까 고민하는 빛이 역력하다.
전 세계에 경기 침체가 휘몰아치면서 국내 경기 지표도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하는 경제 환경은 우울한 세밑을 더욱 부추긴다.
관세청은 올해 무역적자 규모가 연간 역대 최대를 넘어서 사상 처음으로 500억 달러에 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최근 수출 둔화까지 겹치며 무역수지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것이 확실시된다. 내년에도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관세청은 보고 있다.
내년 코스피 지수 저점이 2,000선을 뚫고 1,9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외국계 증권사 전망도 나왔다. '내년 경기 침체는 기정사실화됐고, 후년도 경기가 안 좋을 것인지가 앞으로 시장에서의 제일 큰 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나라 살림이 쪼그라드니 국민들이 체감하는 고통도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월급쟁이부터 자영업자까지 3분기 실질소득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월급쟁이 가구의 실질소득은 약 5% 급감했다.
실질소득은 명목소득에서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거한 소득으로, 가계가 체감하는 살림살이 형편에 가깝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이 기간 소비자 물가 지수는 5.9% 올랐는데, 명목소득은 0.5%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각종 상품·서비스 가격이 올라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진 셈이다.
상용근로자보다 지위가 불안정한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는 실질소득 감소 폭이 각각 5.1%, 5.6%로 더 컸다.
일용근로자는 아예 명목소득도 1년 전보다 0.02% 감소했다. 임금근로자만큼은 아니지만, 자영업자도 실질소득이 감소했다.
문제는 내년에도 암울하다는 것이다. 국내 경제 전문가 대다수는 내년 한국 경제가 1%대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 중후반대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친구 A가 최근 희망퇴직 신청서를 냈다고 해서 만났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했지만, A는 "조금만 더 버텨볼걸"이라며 후회했다. 끝을 모르고 어둠 속으로 빠져드는 경기 상황 때문이다.
그는 조만간 자영업 전선에 뛰어들 생각이지만, 경기가 안 좋아 이마저도 고민이라고 했다. A는 "주머니에 들어오는 소득은 거의 그대로인데 물가는 거침없이 치솟고 있어. 은행 잔고는 주는데 빚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며 쓴 소주만 들이켰다.
구조조정 칼바람에 A처럼 살벌한 연말을 맞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30대 그룹은 올해 들어서만 직원 1만4천여 명을 감원했다. 특히 구조조정 중인 조선 3사에서만 6천여 명을 줄였다.
30대 그룹의 인력 고용 규모는 98만 명대로 떨어졌다. 작년 말까지 100만 명 선을 유지하던 양질의 일자리가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내년 경제는 더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뉴스를 장식하면서 여러모로 팍팍한 연말이 되고 있다. 우울한 세밑, 누가 우리의 웃음을 되찾아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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