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음식과 음악

입력 2022-12-06 13:32:32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동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주말이면 빵을 굽고,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고, 여러 가지 하고 싶었던 음식을 만들면서 무료함을 달랬었다. 요리할수록 느낀 점은 요리는 상당히 창의적인 활동이며 그 결과물을 시각과 미각으로 즐긴다는 점에서 예술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음식을 테마로 한 그림은 많은데, 음식을 소재로 하는 음악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 가운데서 대표적인 작품을 찾는다면 아마도 바흐의 '커피 칸타타'가 아닐까. 혼기가 된 딸과 아버지 사이에서 커피를 두고 벌어지는 실랑이를 주제로 한 가사 중의 일부는 이렇다.

"이런 아비 말을 듣지 않는 나쁜 것 같으니라고, 잔말 말고 커피를 그만 마셔!"라는 아버지의 말에 딸은 "아버지, 너무 그러지 마세요! 하루에 커피 세잔은 마셔야지, 안 그럼 괴로워서 구워 놓은 염소 고기 마냥 말라비틀어질 거예요"라고 대꾸한다. 이어서 "천 번의 키스보다 달콤하고, 모스카토 와인 보다 부드러운 커피여! 커피, 커피를 마셔야지! 누구든 나를 원한다면 내게 커피를 주세요"라는 아리아를 부른다. 칸타타의 마지막은 "고양이가 쥐를 두고 지나칠 수 없듯이, 시집 못 간 처녀들은 커피와 한편이 됐고, 어머니도 커피를 끊지 못하고, 할머니도 마찬가지인지라 그 누가 딸을 욕하리!"라는 해설자와 아버지와 딸의 삼중창으로 끝을 맺는다.

바흐가 활동했던 당시의 라이프치히에서는 커피가 대유행이어서 사람들은 커피하우스에 모여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즐겼다고 한다. 이런 커피하우스는 문화공간으로 역할도 하여 다양한 음악회를 제공하기도 했는데, 바흐의 '커피 칸타타'도 짐머만의 커피하우스에서 초연됐었다.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에 대한 사랑은 과거 바흐 시대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커피에 매달려 산다는 표현을 하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1890년 즈음에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되어 막사발에 담겨 '양탕(洋湯)국'이라는 이름으로 마셔진 커피는,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한 사람당 연간 353잔이나 마실 정도로 일용할 음료가 됐다. 세계 평균이 130잔 정도이니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커피를 많이 마시는 가를 알 수 있다. 이 정도 되면 별다방 위촉으로 커피에 관한 창작 음악이 하나 나올 만도 한데.

이외에도 음식에 관한 작품이 더러 있다. 프로코피에프의 희극 오페라인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은 제목 그대로 오렌지를 소재로 한 것이다. 이 작품은 다국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다. 대본은 중세 이탈리아 동화를 소재로 하여 프랑스어로 쓰였으며, 작곡자는 러시아 사람이었고, 초연을 한 도시는 시카고였다.

이 작품은 마녀의 저주로 세 개의 오렌지를 사랑하게 된 응석받이 왕자가 오렌지를 찾기 위해 사막으로 가서 갖은 고생 끝에 세 번째 오렌지에서 나온 공주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다는 판타지적 오페라이다. 1921년의 초연은 성공적이진 않았지만, 오늘날에는 자주 연주되는 편이다. 최근에 있었던 영국의 한 공연에서는 관객들에게 긁으면 오렌지 냄새가 나는 카드를 입구에서 나눠줬다고 한다.

요리와 음식을 주제로 한 특이한 음악을 하나 더 소개하면, 영화 '콰이강의 다리' 주제 음악을 작곡한 말콤 아놀드의 '대협주곡 미식'이다. 이 오케스트라 음악은 손님, 웨이터, 그리고 음식을 소재로 ▷프롤로그 ▷수프 ▷로스트비프 ▷치즈 ▷디저트인 피치 멜바 ▷커피, 브랜디, 에필로그의 6부로 돼있다. 연주회 동안 연기자들은 무대에서 직접 음식을 서빙하고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