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및 부동산 불경기로 얼어붙은 건설현장
66명 가운데 16명만이 일감 따내는 인력시장
"한 푼이라도 벌려고 나오지만, 요즘은 매일 허탕만 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오전 4시 30분쯤 대구 동구 아양교 인근에서 만난 A(60대) 씨는 최근 열흘간 일을 따낸 게 3번도 안 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인력사무소에서 1시간 동안 이름이 불리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가라는 신호다"며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일감이 너무 귀해졌다. 벽돌 나르는 고된 일이라도 자리가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매일 새벽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파 속에서도 매일같이 새벽 인력시장을 찾고 있는 일용직 근로자 상당수가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와 화물연대 파업의 영향으로 발길을 되돌리고 있다. 최근 들어 일감이 대폭 줄었다고 호소한 이들은 더 많은 수수료를 내고서라도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고 애원했다.
이날 동구의 한 인력사무소에는 두꺼운 옷차림의 일용직 근로자들이 5분 간격으로 들어왔다. 오전 5시만 해도 6명에 불과했던 인원은 1시간도 안 돼 40여명으로 늘어나 이곳 사무실을 가득 채웠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면서 현장으로 떠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줄곧 의자만 지켰던 사람들의 표정은 어두워져 갔다.
이곳에서 만난 일용직들은 하나같이 최근 화물연대 파업으로 건설현장이 얼어붙었다고 입을 모았다. 10년째 일용직으로 있다는 B(57) 씨는 "안 그래도 추운 날씨로 일이 없는데 시멘트를 운송하는 화물차까지 멈춰버리니 현장에서 우리를 더 이상 찾지 않는다"며 "하루 먹고 하루 살아가고 있는데 요즘이 그 어느 때보다 제일 힘든 것 같다. 파업이 장기화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고 하소연했다.
지역의 부동산 불경기도 이들에겐 직격탄이다. 아파트 미분양 사태 속에 건설 수요가 줄면서 일감이 뚝 끊겼다. 비교적 소일거리인 단독주택과 원룸 등 소규모 현장에서 찾아주길 바랄 뿐이다. 담배를 태우며 일자리를 기다리던 C(61) 씨는 "요즘에 아파트 현장은 꿈도 못 꾼다. 대구에는 이미 원룸도 포화돼서 건설 쪽으로는 일이 없다. 운이 좋게 철거가 이뤄지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나빠지자 인력사무소에 수수료를 더 내고서라도 일하겠다는 이들도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미장‧벽돌공 등 기능직 일당은 25만원, 잡부는 15만원을 받고 법상 10%의 수수료를 인력사무소에 내고 있다.
이곳 인력사무소 대표 D(68) 씨는 "얼마씩 더 준다면서 귀띔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사정이 딱한 건 알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되고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에 들어줄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곳을 찾은 66명 가운데 16명만이 일감을 따냈다. 나머지 50명은 해가 뜨는 오전 7시가 다가오자 "오늘도 틀렸다"며 인사를 건넨 뒤 자리를 떠났다. 60세 한 일용직은 "한 푼도 못 버는 날이면 버스를 타는 것도 안 내킨다. 집까지 40분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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