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실태 파악 조사와 "지원 조례 제정 필요" 목소리
느린학습자 학생 전국 80만 명으로 추정… 명확한 통계 없어
'난독진단검사' 과정에서 파악된 대구 느린학습자 학생은 50명뿐
"체계적인 지원 위해 관련 조례 제정 및 느린 학습자 전담반 마련 필요"
#대구 북구에 사는 A(45) 씨의 아들(14)은 지난 2017년 지능검사 결과 '경계선 지능'(지능지수인 IQ 71~84)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사고과정에서 원인과 결과를 연결하는 능력이 부족해 말을 길게 하지 못했다. 아들은 말수가 점점 줄었고, 수업 중 모르는 것이 있어도 질문하지 못했다.
이에 A씨는 아들의 치료비, 학습비 등으로 매달 사비로 100만원 가까이 쓰며 치료에 전념했다. 아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은 없었다. 결국 치료비가 부담된 A씨는 아들에게 지적장애 3급을 받게 해 교육청 등으로부터 매달 약 30만 원의 치료비를 받게 됐다.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지만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있어 발견이 어려운 '느린 학습자'를 위해 정확한 실태 파악와 지원 체계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확한 실태 조사 없는 '느린 학습자'
'경계선 지능인'이라고도 불리는 '느린 학습자'는 지적장애(IQ 70이하)는 아니지만 IQ 71~84의 경계선 지능을 가진 사람들이다. 대부분 주의 집중이 어렵고, 적절한 상황 판단이나 대처능력이 부족하며 감정‧의사 표현에 서툴기 때문에 학교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초등학교 2학년 느린 학습자 자녀를 둔 학부모 B씨는 "아이가 기본적으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수업 내용도 두 번 정도 설명해야 알아듣다 보니 학교생활을 버거워 한다"고 했다.
현재 느린 학습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학부모 네트워크, (사)느린학습자시민회와 올해 10월 공동으로 발간한 정책자료집인에 따르면 인구학적으로 전체의 13.5% 정도가 느린 학습자이며, 우리나라의 경우 느린 학습자 학생이 한 학급당 3명, 전국적으로 8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대구에도 약 2만명의 정도로 추정할 뿐 정확한 실태 파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대구에선 학급 담임 교사가 난독 진단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학생을 선정해 '난독진단검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검사 과정에서 IQ 파악을 통해 파악된 느린 학습자 수는 올해 2학기 기준 50명에 그친다.
김준식 JS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은 "아직 느린학습자 학생에 대한 사회적 인식 자체가 부족하고 교사들 사이에서도 특성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아 발견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대구엔 관련 조례도 없어…"공교육 차원의 해법 필요"
느린 학습자에 대한 지원 근거가 되는 조례도 대구엔 없다. 2022년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경계선 지능, 느린학습자 생애주기별 지원 방안 마련'에 따르면 느린 학습자에 관한 지원 조례가 있는 지자체는 서울‧광주 등 광역단위 4곳과 여주시‧오산시 등 기초지자체 9곳을 합쳐 전국에 13곳에 불과하다.
또 전국 17곳 시도교육청 중 느린 학습자에 대한 별도 조례를 제정한 곳은 인천교육청뿐이다.
이에 최근 대구시의회 제2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이재화(서구2) 의원이 느린학습자 지원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재화 의원은 "서울이나 강원도에는 느린 학습자 발굴과 관련 연구개발과 지원을 체계적으로 전담하는 센터가 생겼다"며 "대구에도 센터 설립을 위해 관련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느린 학습자 대부분이 학령인구여서 공교육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근정 사단법인 느린학습자시민회 사무국장은 "교사들이 느린학습자의 특성을 잘 이해하도록 관련 연수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교사와 상담사, 복지사 등이 협업을 통해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나아가 돌봄처럼 느린 학습자를 위한 전담반을 만들어 집중적으로 보살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난독 지원 사업과 두뇌 기반 학습 맞춤형 사업 등의 대상 학생 가운데 느린 학습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내년부터 교육부에서 보급할 예정인 경계선 지능 학생을 위한 체크리스트를 통해 보다 정확한 실태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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