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은 '소방의 날'이기도 하고 '턱관절의 날'이기도 하다. 턱관절의 날을 11월 9일로 정한 까닭은 119라는 숫자를 통하여 턱관절 장애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턱관절 질환이 발생했을 때 빠른 진료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날씨가 추워지는 시점에 턱관절 장애가 발생하는 빈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대한안면통증구강내과학회에서는 '소방의 날'과 '턱관절의 날'의 연대를 강조하고 일반인들의 턱관절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서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턱관절 무료 검진 및 이갈이에 대한 무료 스플린트 치료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도에 턱관절 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47만 명으로 2016년 대비 25.2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턱관절 장애 역학조사에서도 전체 인구의 약 41%가 적어도 하나 이상의 턱관절장애 관련 임상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남으로써, 턱관절 장애는 매우 흔한 질병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많은 국민들이 턱관절 장애의 증상을 가볍게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서, 장기적으로 심한 통증과 안면비대칭과 같은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치과의사(구강내과전문의)의 전문적인 진료와 꾸준한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고 하겠다.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대한안면통증구강내과학회가 '턱관절의 날'을 제정하면서까지 턱관절 장애에 대한 대국민 홍보에 나선 것은 턱관절 장애의 조기 치료를 유도해서 심각한 합병증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함이지만, 이와 더불어 턱관절 장애에 대한 오해와 왜곡 때문에 발생하는 부적절한 의료 행위를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하겠다.
턱관절은 다른 관절에 비해 구조와 기능이 복잡하고 신경감각이 예민한 얼굴에 있기 때문에 턱관절 장애로 인한 증상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가 있다. 특히 턱관절의 구조와 기능은 치아의 교합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다른 관절과는 달리 턱관절 장애를 치과(구강내과)에서 치료하게 된다. 턱관절 장애가 있을 때 가장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증상은 턱관절 통증, 턱관절 잡음, 개구장애 등이지만, 두통이나 안면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흔히 있으며, 가끔은 귀의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원인 불명의 두경부 통증이나 안면 통증이 있는 경우에는 턱관절장애에 대한 진찰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턱관절 장애 때문에 비염이나 허리 디스크가 생기고, 공황장애가 생기고, 심지어 불임증과 같은 전신질환이 생긴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다. 더군다나 턱관절 장애를 치료하면 이러한 여러 가지 전신 증상을 고칠 수 있다는 주장은 그러한 치료의 실효성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또한 이러한 주장은 근거중심의학을 중시하는 정통 의료계에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근거중심의학이란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할 때 의사가 내리는 판단이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두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근거중심의학은 가장 좋은 최신의 근거들을 공정하고 명백하게 사용함으로써 개개의 환자에 대한 적절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하는 도구가 된다.
과거에 의료계의 어느 원로께서 '21세기에는 우리 한국 사람들이 과학적 국민이 되면 좋겠다'고 한 말씀이 기억난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는 온갖 가짜 뉴스들도 따지고 보면 국민들의 과학적 판단이 부족한 데서 오는 사회 현상의 일부가 아니겠는가?
최재갑 경북대학교치과병원 구강내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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