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문을 연 대구 북구 산격동 종합유통단지가 쇠퇴 일로다. 한때 집객 효과를 누리던 이곳이 30년 동안 변화에 민감하지 못했다는 자성이 나온다. 소극적 행정으로 일관한 대구시를 성토하는 지적도 비등하다. 이대로 가면 고사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건 당연지사. 규제를 풀고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세가 된 전자상거래의 흐름, 복합 시설의 매력 등을 읽는다면 단순 매장 형태를 고집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위축되다 최근에는 입주 업체 수도 크게 줄었다. 2013년 3천255곳이던 종합유통단지 입주 업체 수는 올해 2천809곳으로 줄었다. 매년 50곳 가까이 사라졌다. 일주일에 한 곳씩 문을 닫은 셈이다. 온종일 문을 열어 둬도 매장을 찾는 손님이 드물다. 섬유관, 의류관, 전자관 등은 점포 매매가가 1993년 분양가와 같거나 낮다. 99.2㎡를 2억 8천만 원에 분양받았는데 최근 2억 3천만 원에 거래됐다고 한다. 나가는 이는 있어도 들어오는 이가 없다.
부흥을 꾀한다면 변화만이 살길이다. 창의적 발상은 물론 환경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연간 방문객 250만 명에 이르는 엑스코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끔 교통 접근성을 개선하고, 시설 간 연결성을 높이는 건 기본값이다. 규제 해제에도 인색해선 안 된다. 공동관마다 정해 놓은 '전층 권장 용도'의 탄력적 적용, 전자상거래의 틈새를 메울 수 있는 체험 시설 설치 등도 시도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경쟁 상대에 보폭을 맞추는 형태로 전환하는 게 시급하다. 유통단지만의 콘셉트도 곱씹을 대목이다.
과거 잘나가던 때를 반추하며 현실을 살 수 없는 법이다. 뭐라도 해 보는 것과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고사하는 건 엄연히 다르다. 상인들이 외부 전문가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의견을 듣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자발적 쇄신안의 실현 가능성과 경쟁력을 꼼꼼히 따질 일이다. 행정 당국도 불필요한 규제는 없는지 면밀히 살펴 장기적 혜안을 내놓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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