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이재명의 문고리 정진상

입력 2022-11-20 19:27:40 수정 2022-11-20 19:33:00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정호성, 이재만, 안봉근은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면서 위세를 떨쳤다. 이들을 통하지 않고서는 대통령을 만날 수 없을 정도였다. '문고리 권력'이란 권력자의 최측근으로 권력자를 만날 수 있는 문고리를 잡고 있다는 점에서 붙여진 별칭이다.

정치인이 자신을 오랫동안 보좌해 온 인사를 곁에 두고 정치적 동지로 인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최측근과 문고리 권력이 사적인 권한을 행세하게 되면 정치는 사라지고 왜곡되기 마련이다. 권력의 단맛에 취한 문고리 최측근은 막후 실세로 군림하면서 시스템을 무력화시킨다.

이재명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된 후 각종 의혹의 한가운데에 있는 정진상을 정무조정실장으로 임명한 것은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는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키맨으로, 대장동 의혹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피의자로 수사받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대표는 정 실장에게 당직이라는 '방탄복'을 입혀 주려고 했던 모양이다. 그를 검찰 수사로부터 보호하는 동시에 자신에게 향하는 검찰의 칼날을 함께 방어하려 했을 것이다.

정 실장이 문고리 권력의 정점이기 때문이겠지만 그것보다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불거진 각종 의혹의 중심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 실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이 대표와 정치적 공동체로 활동해 온 측근 중의 측근이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되자 별정직 6급 상당의 비서로 임명했으나 '정책실장'이라는 직책을 부여해서 2013년부터 무려 7천249건에 이르는 행정 서류 전반에 걸쳐 결재를 하게 할 정도로 이 대표를 대신했다. 그중에는 7건에 이르는 대장동 개발 관련 핵심 서류도 포함돼 있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자 다시 경기도 별정직 5급 상당 보좌관으로 '어공'이 되었지만 그의 직함은 경기도 정책실장으로 경기도의 모든 정책 서류는 그의 몫이었다. 구속된 정 실장은 문고리 권력답게 굳게 입을 닫았다. 대신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이 대표가 빙의한 듯 "군사 정권보다 더한 검찰 정권"이라고 일갈했다. 그가 겪은 1980년대 후반의 대학 시절은 군사 독재 시대가 막 끝난 시점이었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dider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