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

입력 2022-11-20 19:27:18 수정 2022-11-20 19:31:43

김해용 논설주간
김해용 논설주간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는 건물이 무너져 집주인이 죽으면 그 건물을 지은 목수가 사형에 처해졌다. 건물 붕괴로 집주인 가족이 죽으면 목수의 가족도 목숨을 내놔야 했다. 당시의 법(함무라비법)이 그랬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였다. 고대 바빌로니아 목수들에게 집 짓는 일은 목숨 거는 일과 같았다.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 경제학자 나심 탈레브가 동명의 저서에 써 유명해진 키워드다. 스킨 인 더 게임은 본인이 만들어낸 위험을 본인이 책임지는 것을 의미한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바빌로니아 목수 정도는 아니더라도 고위 공직자라면 자기 결정에 책임을 진다는 각오로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 세상에서는 이익만 챙기고 손실은 회피하려는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올라 주요 의사를 결정하고 담론을 좌지우지한다. 그로 인한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불행한 결과는 힘없는 다수 시민들이 나눠 가진다. 사회적 참사가 나거나 큰 경제 변고가 날 때마다 우리는 스킨 인 더 게임의 부재(不在)를 곳곳에서 발견한다.

이태원 참사는 우리나라 고위 공직자들이 과연 국민 안위를 생각하고나 있는지 회의감을 갖게 한다. 정부와 지자체, 경찰 조직에 책임감 있는 고위 공직자가 한 명만 있어도 피할 수 있는 참사였다. 사고 이후에도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자가 없다. 나사가 빠져도 이렇게 심하게 빠질 수 없다. 거의 시스템의 붕괴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도 곱게 보이지 않는다. 국민적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듯한 모습이어서 그렇다. 나심 탈레브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남을 속이는 사람들도 문제이지만, 잘 알지도 못해서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문제다"라고.

나쁜 정치인과 공직자는 두 부류다. 첫째 부류는 알면서 나쁜 짓을 한다. 둘째 부류는 그릇된 신념으로 똘똘 뭉쳐 나쁜 결정을 한다. 첫째 부류도, 둘째 부류도 위험하기는 매한가지다. 사회의 미래를 갉아먹는 나쁜 정책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을 돌아보자. 자신들의 정책과 이념이 우월하고 무결하다는 오만 속에 반(反)시장적 정책을 쏟아냈다. 너무 남발돼 몇 번인지조차 헷갈리는 부동산 대책과 소득주도성장 미망(迷妄), 탈원전 밀어붙이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력도 없으면서 20년 장기 집권 꿈을 꿀 만큼 분위기 파악을 못 했다. 게다가 내로남불이었다. 민심을 잃어 정권을 빼앗겼으면 반성을 해야 하는데 이제는 '이재명 방탄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최근 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2년간 유예하자는 정부 방침에 대해 해묵은 '부자 감세' 프레임을 들고 반대하고 나섰다. 금융시장 위기 상황에서 금융투자소득세 전면 시행이 어떤 파국적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염려를 안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갖게 한다. 서민들을 전월세난으로 몰아넣었던 임대차 3법의 '버전 2'이다.

19일 촛불집회에 민주당 국회의원 6명과 친야 무소속 국회의원 1명이 참석해 윤석열 정권 퇴진을 외쳤다. 묻고 싶다. 민주당은 탄핵의 꿈을 또 꾸는가. 그 꿈은 달콤하겠지만 독이 든 사과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지지율이 20~30%대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자당 지지율이 안 오르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스스로 잘해 얻는 민심이 진짜다. 민주당은 변하지 않았다. 발목만 잡으려는 세력에게 국민이 기회를 줄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