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1970~80년) 치과가 가는 게 아니라 오는 거였다.
이(齒)가 깊이 썩어 아파도 치과는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러다 네모 넓적한 가방을 한 짐 등에 진 중절모 신사(?)가 마을 동구 밖에 닿으면 그제서야 가는 치과가 되었다.
그 신사는 다름 아닌 몇 달을 걸러 한 번씩 마을에 들르는 '가짜' 치과의사였다. 무면허, 무자격의 '의료 보부상'에 지나지 않았지만 치통에 잠 못 들던 시골에선 과거 보러 간 '정든 임'보다 더한 기다림으로 맞곤 했다.
가짜든, 진짜든 치과 의료가 귀한지라 자체 의술을 펴는 주민들도 많았다.
이가 아플라치면 흑설탕을 가득 넣어 싸맨 천을 아픈 이 사이에 넣고 한참을 꽉 깨문다. 그러면 치통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얼마 안 가 더한 고통이 찾아왔지만…. 지금 생각하면 언 발에 오줌 누는 것보다 어리석은 짓이었지만, 그땐 그랬다.
시골 출신인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유년 때의 '치과 보부상'과 '흑설탕 주머니' 기억이 있으리라.
이 도지사는 주요 회의 석상이나 언론 브리핑에서 대구경북(TK) 통합신공항과 관련한 '군위군-대구 편입'에 대해 "생니를 뽑아서 후손들이 잘 된다면 뽑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지사의 단골 발언은 경북의 땅인 군위를 대구에 떼어 주더라도 대구경북의 큰 발전을 이끌어 내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가 녹아 있다.
재수에 도전하는 TK 신공항 특별법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도록 정치권이 똘똘 뭉쳐야 하는 이유다. 지역 발전 앞에 '내 편, 네 편' 구분은 있을 수 없다. 여·야가 함께 생니를 뽑는 심정으로 임하라.
비단 신공항 문제만이 아니다.
작금의 이상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해선 생니를 뽑아내는 고통보다 더한 아픔을 감내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병폐와 부조리를 치유하고 공정한 나라, 후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지난 정부의 퍼주기 정책은 우리 경제를 '저질 체질'로 만들었다. 2017년 660조 원이던 국가 채무는 5년간 415조 원이 불어나 현재 1천75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 많은 돈을 쓰고서도 경제는 나아진 게 없고 오히려 고물가, 고금리에 서민들은 외마디 비명을 질러대고 있다.
코로나19를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와서는 당장의 치통만을 잊게 하려고 달콤한 흑설탕 주머니(코로나 지원금)를 물려 준 결과이자 부작용이다.
몇몇이 수천억 원 해 먹었다는 대장동 비리 의혹도 개인 범죄인데, 거대 야당이 보호막을 쳐 주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 죄 지은 자가, '그분'이 누구인지는 철저한 검찰 수사로 밝혀,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이 공정이고 상식이다. 충치 치료법이 분명한데도 치료는 거부하면서 정치 문제로 치환시키려 하면 안 될 일이다. 다큐멘터리는 그냥 다큐로 이해하면 되지 '소설이네 아니네' 할 필요가 없다.
추모를 해야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일부 정치인은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 도리어 희생자를 욕보이기까지 한다. 누가 유족의 동의 없이 명단을 공개하라 했나. 틈만 나면 희생을 정쟁 삼아 정부 욕하고, 남 탓으로 돌리며 '내 행동은 선이다'라는 배짱과 '내로남불'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흔히들 정치는 타협의 산물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무너진 대한민국의 공정과 상식을 다시 쌓기 위해서는 불의와의 타협보다는 지지율이 밑바닥을 기고 내려앉을지언정 국민만을 보고 가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러라고 지금의 대통령을 뽑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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