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규 미술중심공간 보물섬 대표
언니와 강둑으로 놀러 나온 앨리스는 회중시계를 보며 늦었다고 중얼거리는 토끼를 발견했다. 앨리스는 큰 소리로 수상쩍은 토끼를 부르지만, 토끼는 듣는 둥 마는 둥 어느 구멍 안으로 들어갔고 앨리스도 따라서 그 구멍으로 들어갔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수학자이자 작가인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이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으로 1865년에 발표한 소설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도입부이다. 이 책은 그 시대의 독특한 사회, 문화적 배경이 스며든 말장난과 매력적인 환상의 세계로 이끄는 유머들이 일품이다. 앨리스가 마주치는 모험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공간 이동이나 장면 전환을 통해 독자들의 간접 경험을 극대화한다. 시공을 초월한 신비로운 세계에 대한 탐험은 현재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메타버스'와 유사하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와 세계,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를 합성한 신조어로 '가상 우주', '가상 세계'라고 번역된다. 메타버스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소통을 통한 새로운 만남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다. 미래의 먹거리로 주목하며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도 투자를 아끼지 않으려는 분위기이다. 무엇보다 메타버스 열풍의 최전선은 교육계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은 물론 코딩교육은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의무화되었으며 사교육 붐도 일어난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왠지 모를 불안감은 노인 세대는 물론 모든 이에게 밀려온다.
새로운 문화, '메타버스'에 대한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좋은 역할 중 하나로 우리는 문화예술교육을 들 수 있다. 메타버스를 미래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기술'이나 '자격증'으로만 생각하지 않으며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가상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문화예술교육을 통해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메타버스를 체험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예술교육은 새로운 가상세계에 대한 근원적인 인식과 경험, 나아가서 심미적 기능으로까지 연결할수 있다. 이 과정이 메타버스 세계에 대한 거부와 비판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가상의 세계보다 현실의 세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존재론적인 귀결은 필요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그보다 현실을 뛰어넘는 상상력으로 인식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중요해 보인다.
회중시계를 든 이상한 토끼의 세계를 접하게 된 인류는 그 발걸음이 전체 인류를 어디로 이끄는지 모른 채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인류는 단지 호기심으로 가상세계의 확장을 원하는 것인가? 아니면 가상세계 안에 우주의 진리에 대한 근원적인 인류의 탐구심이 내포되어 있는가? 인류는 '메타버스'라는 기술적인 차원만이 아니라 철학적으로도 이 물음 앞에 서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세계가 변할 줄 알았지만, 그 속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 매우 빠른 속도였다. 우리는 이제 가상세계를 눈앞에 두고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잠에서 깨어난 엘리스는 어떻게 살아갈까? 다시 토끼를 찾으러 구멍으로 가고 싶을까? 아니면 다시 찾은 토끼굴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타나토노트'에 나오는 저승길마저 광고로 가득 찬 오염된 이상한 세계에 실망해서 그 구멍에 뚜껑을 덮으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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