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강도 긴축 정책으로 촉발된 글로벌 악재들이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고통이 이미 큰 상황에서 저성장 경기 침체까지 더해지는 복합 위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의 금리 인상에 맞춰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 압박을 받고 있지만 그럴 경우 가계, 기업, 금융에 대한 부작용이 너무 커 외통수에 몰린 듯한 형국이다.
미국 연준은 이달 2일(현지시간) 금리를 0.75bp 올림으로써 사상 초유로 4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게다가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금리 추가 인상마저 시사했다. 미국 연준의 최종 금리가 4.6%대에서 머물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은 빗나가고 미국 기준 금리 5%대 시대를 각오해야 할 분위기다.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기준 금리는 미국보다 1%포인트 낮다. 이달 24일 있을 금통위에서 결정될 기준 금리 인상 폭이 작으면 외화 유출 우려가 있고, 인상 폭이 크면 국민의 이자 고통과 자산시장 충격이 커진다. 이뿐만 아니라 금리를 올리면 기업의 자금시장 경색이 심화되고 자금 여력이 취약한 기업들의 연쇄 도산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내 기업들의 대출 가운데 70%가 변동 금리다. 국내 기업들이 금리 상승 충격에 큰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 사태 여파로 건설업계의 자금 경색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정부가 50조 원+α 수준의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밝혔음에도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까지 인식되는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잔액은 6월 말 현재 112조 원이다. 전국의 주택 미분양 물량도 9월 말 현재 4만1천600여 가구나 된다.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수출마저도 지난 4월 이후 7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미국이 파괴적인 금리 인상을 멈춰 주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기대 난망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자구책을 모두 모색하고 철저히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경제 비상 상황이라는 인식 아래 컨티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짜두어야 한다.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선제적 조치를 취하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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