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거 같아요" "지금 여기 사람들 인파들 너무 많아서 지금 대형 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에요" "여기 진짜 길 어떻게든 해주세요. 진짜 사람 죽을 것 같아요" "상태가 심각해요. 안쪽에 막 애들 막 압사당하고 있어요".
서울 이태원 참사 4시간 전부터 이뤄진 시민들의 112 신고 녹취록이다. '압사' '죽을 것 같다' 등의 단어를 쓰며 위험한 상황에 대해 알린 신고가 11건이나 접수됐다. 하지만 생존자들과 목격자들에 따르면 현장에서 경찰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경찰 책임론은 참사 직후부터 나왔지만 녹취록 공개 뒤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에 경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용산경찰서 112치안상황실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하고 내부 감찰에도 나섰다.
'뼈를 깎는 각오'라는 경찰청장의 발언에도 경찰 수사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참사에 대한 책임으로 수사를 받아야 할 경찰이 스스로를 수사하는 '셀프 수사'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또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 등 수뇌부의 거취가 달린 사안에 '꼬리 자르기' 식 수사로 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찰이 내놓는 수사 결과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당장 경찰을 제외하고는 이태원 참사를 수사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9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률이 시행되며 대형 참사에 대한 검찰 수사 개시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서해 훼리호 침몰(1993년), 성수대교 붕괴(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세월호 참사(2014년) 등 대형 재난 사건에는 검찰이 초반부터 직접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법 개정으로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에 착수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이 초기 수사를 마친 뒤 사건을 송치해야만 검찰이 수사를 시작할 수 있다. 검찰이 경찰 공무원의 업무상과실치상에 대한 직접 수사는 할 수 있지만, 이태원 참사 전반에 대한 수사는 할 수 없는 것이다.
대안은 있다. 특별검사 도입이다. 실제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특검은 여야 합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특검 추천 절차, 조사 대상 범위 등 세세한 부분까지 여야가 부딪칠 수 있어 신속성이 떨어진다.
또 다른 방법도 있다. 법무부 장관이 직권 발동할 수 있는 '상설특검'이다.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에 대해 상설특검 임명 절차를 발동할 수 있다. 국회에서 개별적 특검법을 만드는 과정을 건너뛰기 때문에 신속하게 특검을 도입할 수 있다.
상설특검은 2014년 법이 생긴 뒤 2020년 '세월호 참사 증거 조작 의혹'에 한 차례 도입된 바 있다. 이번 참사에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상설특검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에 상설특검 임명 권한을 가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시선이 쏠린다.
한 장관은 후보자 시절 상설특검과 관련한 질의에서 "법무부 장관에게 부여된 임무"라며 "업무 처리는 공정하고 누구에게나 똑같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 장관이 이번 참사와 관련해 "검수완박법으로 인해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없다"면서도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한 발언이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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