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사흘 만에 사과했다.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자 고개 숙인 것이다. 이 장관이 사고 다음 날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부적절했다.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하지만, 장관의 발언은 유가족들의 가슴에 또 대못을 박았다.
이태원 사고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참사였다. 누구도 이번 참사를 '악재'로 관리하려 하거나 '호재'로 이용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2014년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정부 여당은 이를 악재 관리 차원으로 접근했고, 야권은 '호재'로 이용했다. 국민적 슬픔, 국가적 참사가 그렇게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경찰청이 서울 용산경찰서장을 대기 발령 조치하고, 이태원 핼러윈 참사 원인 수사를 위해 특별수사본부와 특별감찰팀을 꾸려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신속하게 착수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본다.
특별수사본부는 오직 사건만 바라보아야 한다.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한 점 의혹 없이 밝히는 것이 유가족과 국민의 슬픔을 위로하는 길이고,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길이기도 하다. 조사 결과 책임이 드러나면 책임을 묻고, 잘못이 드러나면 처벌해야 한다. 야권 역시 이번 참사를 '정치 쟁점화'하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 "이제 더 이상 이 정부에 기대할 것 없다고 최종 판단한다"는 정의당 대표의 발언은 적절치 않다. 무분별한 정치 공세는 진실 규명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국민적 참사를 '정치투쟁'으로 변질시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이상민 장관과 한덕수 총리의 '말장난' 논란 사례에서 보았듯,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은 물론이고, 경찰과 소방 등 모든 국가 조직은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가치 중립적인 발언이나 평가'라도 유가족들을 찌르는 칼이 될 수 있다. 유가족들은 지금 견딜 수 없는 일을 견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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