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 대한전문건설협회 대구광역시회 회장
이보다 더 허망한 죽음이 있을까.
한순간에 15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사고를 접하면서 '안전제일'의 의미를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설마 하는 순간, 방심의 틈을 비집고 벌어지는 불의의 대형 사고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곧 동절기가 닥치는 건설 현장에선 이태원 사고를 교훈 삼아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자세로 안전띠를 단단히 졸라매야 할 때다. 꼭 중대재해처벌법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사회 전반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동절기에는 한파, 폭설, 강풍, 동결과 같은 기후 특성이 나타난다. 폭설과 강풍은 가설 구조물의 붕괴를 유발하기도 한다. 난방, 전열 기구 사용으로 화재 발생의 위험 또한 커지기 마련이다. 용접 기구 사용 시 화재 위험은 말할 것도 없다.
가설 계단, 작업 발판, 개구부 주위 및 근로자 주 통로에는 눈과 결빙으로 인한 전도, 추락의 우려가 커진다. 반드시 작업 전 점검을 실시해 결빙 부위와 눈을 신속히 제거하거나 모래, 부직포 등을 이용해 미끄럼 방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적설량이 많을 경우 하중에 취약한 가시설 및 가설 구조물 위에 쌓인 눈을 제거해야 한다. 특히 거푸집, 철근 조립 후 눈이 쌓인 경우 하중이 증가해 붕괴의 위험 요인이 되고 콘크리트 품질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콘크리트 구조물 양생을 위한 연료 사용 과정에서는 유해가스 중독 및 질식 사고 위험이 도사린다. 매년 동절기에 콘크리트 보온·양생 작업 시 갈탄 연료 사용 등에 의한 일산화탄소 질식, 중독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갈탄 연료를 사용하는 콘크리트 보온·양생 작업장은 갈탄이 타면서 일산화탄소가 발생해 공기 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질식 위험성이 매우 높다. 출입 근로자가 공기호흡기를 착용하는 등 안전 수칙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콘크리트 보온·양생에 갈탄 사용은 가급적 지양해야 하지만 꼭 써야 한다면 안전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밀폐 공간 외부에 감시인을 배치하는 한편 작업자와 감시인 간의 연락 체계를 구축할 필요도 있다.
동절기에는 지반의 동결과 팽창이 일어나기 때문에 기초, 사면, 흙막이 등 지반의 균열, 붕괴 위험이 커진다. 토사 붕괴 위험이 있는 곳은 수시로 균열 여부를 점검하고 가시설의 이음·접합부 등 점검이 필요하다.
안전관리를 하자면 상응하는 책임과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국내 현장의 원·하수급자 간 협력적 안전관리를 위한 토대는 매우 부실한 실정이다.
지난 9월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것처럼 건설 현장 원·하수급자 간 안전 책임과 역할이 중복 내지 모호한 부분은 권한과 역할을 명확히 하기 위해 안전보건 조치 의무에 관한 표준 모델(업무 분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하수급자도 책임, 권한, 역할에 비례해 산업안전보건관리비가 부족함이 없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해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원도급자는 하도급 입찰 시 재해 방지 대책 범위와 내용을 명확히 하고, 하도급 계약 시 재해 방지 대책의 실시자 및 비용 부담자 또한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산재 방지 대책의 이행 주체 구분에 따라 하수급자가 안전위생 경비를 견적하고 원수급자에게 제출하면 발주자가 이를 검토하여 최종 승인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제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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