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퇴진운동 가능성"…참사 직후 시민단체 동향문건 만든 경찰청

입력 2022-11-02 08:58:47 수정 2022-11-02 08:59:13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을 표명을 표명하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이태원 참사 이틀 뒤 주요 시민단체 동향을 파악해 내부 문건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건에는 참사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문제로 연계될 수 있다는 지적과 진보단체들이 '정권 퇴진 운동'으로 사태를 끌고 달 수 있다는 내용까지 담겨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SBS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정책 참고자료' 보고서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부 책임론이 부각될 조짐이 있다"며 "일부 진보 성향 단체들은 세월호 이후 최대 참사로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끌고 갈 수 있을 대형 이슈라며 긴급회의 개최 등 대응 계획을 논의 중이나 섣부르게 정권 책임을 내세웠다가 역풍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상황을 주시하며 신중 검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사고와 연계해 이번 참사가 부각될 수 있다는 동향도 언급됐다.

'세월호 사고와의 연계 조짐도 감지, 정부 대응 미비점 집중 부각 전망'이라는 소제목에서 "전국민중행동은 '제2의 세월호 참사'로 규정해 정부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라고 적었다. 세월호 관련 단체에 대해선 "피해자 가족 측 입장을 대변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함"이라며 관계자 발언을 인용했다.

또 "전국민중행동은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책임자들을 단죄하지 않은 검찰과 연장선에서 들어선 정부가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7시간 행적 논란을 겪은 것을 거론하며 "대통령 보고 시각, 지시사항 등을 분초 단위로 확인하며 집무실 이전에 따른 관저 문제와 연계해 미흡한 점을 찾으려는 시도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 여성단체가 성명에서 '사망자 중 여성이 97명, 남성이 54명으로 알려진다'고 언급한 대목에 대해 "여가부 폐지 등 정부의 반여성정책 비판에 활용할 것을 검토 중이라 한다"는 동향 보고가 담겼다.

보수 단체가 진보 단체에 맞대응을 모색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았다. 보고서는 "진보 시민단체들이 세월호 때처럼 여론몰이하고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경우 대응이 불가피한 만큼, 대규모 집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적었다.

보고서는 '온라인 특이 여론'을 주제로 한 부분에서 "온라인에서 자극적인 사진과 영상이 여전히 확산한다"며 "정부의 안전관리가 미흡했다는 '정부 책임론'이 부각 조짐"이라고 분석했다. 또 "지난달 30일 오전 보도량이 9건에서 108건으로 대폭 증가했고, MBC PD수첩 등 시사 프로그램들도 심층 보도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