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극적 참사의 정략적 이용을 경계한다

입력 2022-11-02 05:00:00

156명이 압사한 '이태원 참사'는 국가적·사회적 비극이다. 왜 이런 참사가 일어났는지 원인 규명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사고 수습과 후속 대응에 몰두해야 할 시점이다. 원인 규명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그래야 사고 수습과 후속 대응에 우리 사회의 역량을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야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윤석열 정부를 공격하는 정략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이번 참사가 "명백한 인재이자 정부의 무능과 불찰로 인한 참사"라며 "제도 부족으로 생긴 사고가 아니다. 왜 천재지변도 없는데 아무 이유 없이 가족·친지·이웃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야 했는지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을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제도 미비가 이번 참사의 한 원인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재난안전법은 이번 참사처럼 주최 측이 없는 경우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할 주체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윤 정부 책임론'이 제기됐다. 최고위원들은 한목소리로 이번 참사가 "막을 수 있었던 일을 못 막은 인재"라고 했다. 그럴 수도 있다. 반대로 정부가 예상하지 못한 우발적 사고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됐건 정밀한 조사를 거쳐야 판단할 수 있다. 조사는 이제 시작 단계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연일 '윤 정부 책임론'을 제기한다. 참사의 주범이 윤 정부인 것처럼 몰아가려 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사고 당일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태원 참사는 청와대 이전 때문에 일어난 인재'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가 재난을 반(反)윤 정부 선동의 소재로 악용한다는 비판이 빗발치자 삭제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과연 그럴까?

많은 인명이 희생된 참사가 정치적으로 어떻게 악용되는지 세월호 사건에서 우리는 절절히 경험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무엇이 고맙다는 건지 "고맙다"고까지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