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진세 수필작가(칼럼니스트)
10월 29일 밤 10시 15분쯤, 서울 이태원에서 핼러윈을 즐기던 사람들이 150명 이상 죽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도대체 핼러윈이 무엇이기에 이런 엄청난 사고가 일어났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그리고 이런 사고를 막을 방법은 무엇인지도 생각해 보자.
핼러윈(Halloween)은 매년 10월 31일, 그리스도교 축일인 만성절(萬聖節) 전날 미국 전역에서 다양한 복장을 갖춰 입고 벌이는 축제다. 본래 핼러윈은 켈트인의 전통 축제 '사윈'(Samhain)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켈트족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음식을 마련해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림으로써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았다. 이때 악령들이 해를 끼칠까 두려워한 사람들이 자신을 같은 악령으로 착각하도록 기괴한 모습으로 꾸미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것이 핼러윈 분장 문화의 원형이 됐다.
미국 전역에서 변질된 핼러윈 축제가 무방비로 우리나라로 넘어온 것이 문제였다. 핼러윈은 본래의 의미를 상실한 채 너무 상업적으로 변질됐다. 상인들이 잘못 받아들여 상업화하면서 지금처럼 클럽에 모여 밤새워 술 마시고 노는 형태로 변질되었다. 글로벌 팬데믹 사태로 인해 움츠려 있던 상인들이 매출을 올리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 대규모 홍보에 나섰고, 오랜 기간 활동에 제한을 받던 20대들도 모처럼 젊음을 발산하고파 이런 홍보에 적극적으로 호응한 것이 안타깝게도 대참사로 이어졌다.
핼러윈데이 이태원 사고는 변질된 상업주의가 빗어낸 어이없는 대참사였다. 해밀톤호텔 옆 골목은 폭이 4m로 매우 좁다. 골목길은 40m 안팎으로 그 많은 사람이 몰려 있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공간이다. 이 골목에 있는 한 클럽에 유명 BJ가 출연한다고 해서 축제객들이 몰려들었다. 전날부터 인파가 몰려 떠밀려 다녔다고 한다. 그렇다면 좁은 공간에 수많은 사람이 몰릴 거라는 예상을 해야 했고, 업소 및 관계 당국은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제한 조치를 해야 했다. 이 사건은 예상하고도 미리 대비하지 못한 인재이다. 이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였다면 엄연한 직무 유기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입시 지옥에서 벗어난 청소년들이 즐길 만한 축제가 전혀 없다. 이것이 외국 명절에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만의 축제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동안 억눌린 감정을 풀고 즐길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놀이마당 등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 주고, 상업주의에 물들지 않은 한국인의 문화축제를 만들어 주어야 할 때다.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 이번 참사에는 물론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책임이 있다. 하지만 핼러윈 축제에는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사건 전날에도 그런 인파가 몰려다녔고 또 비슷한 사고가 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행정안전부, 서울시, 용산구청, 용산경찰서 등에서는 미리 사람들을 사고가 나지 않게 안전하게 유도하며 사고에 대비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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