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뇌물, 변호사법 위반,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 권순일 전 대법관이 '변호사 등록 신청'을 하자 대한변호사협회가 '자진 철회'를 요구했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는 데 '캐스팅보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표는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아 당선 무효 위기에 놓였지만, 대법원 판결을 통해 무죄가 확정되면서 경기지사직을 유지했고 지난 대선에도 출마했다. 이 재판 무렵에 '대장동 일당'인 김만배 씨가 권 전 대법관 집무실로 8차례 찾아간 사실이 드러났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이후 김 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에서 10개월간 월 1천500만 원의 고문료를 받아 '재판 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자신과 관련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권 전 대법관이 변호사 등록을 서두른 것은 전직 대법관의 처신으로는 매우 부적절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권 전 대법관 관련 의혹이 세상에 알려진 지 1년이 지났지만 수사나 기소 등에 별 진척이 없다는 점이다.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거론된 박영수 전 특검 역시 화천대유에서 8개월간 고문료로 월 1천500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수사 역시 큰 진척이 없고, 기소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 시간을 끌어 국민들의 관심이 멀어지기를 기다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누구라도 혐의가 있으면 엄정한 수사를 받아야 하고, 죄가 드러나면 처벌받아야 한다. 그것이 공정이고, 우리 사회의 근간을 지탱하는 힘이다. 하지만 유력 법조인과 실세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기 일쑤고, 그들에 대한 수사는 걸핏하면 '정치 보복'이니 '탄압'이니 엉뚱한 논란으로 변질된다. 검찰 안팎에서는 권 전 대법관과 박 전 특검에 대한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고 한다. 혐의를 입증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칼자루를 쥔 사람들'이 서로 봐주고, 느슨하게 수사하거나 약하게 처벌할 가능성을 막자면 정치인, 법조인 등에 대해서는 '피의 사실 공표죄 예외 조항'을 두거나 일반 시민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대배심(大陪審)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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