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의사와 상관없는 모금·집행으로 포항시 ‘지급 시기 하세월’ 불만
재해구호법 원칙에 어긋나…협회 측 ‘지역 균등 배분이 더 중요’
태풍 '힌남노' 시기 극심한 피해를 입었던 경북 포항시에 최소 100억원이 넘는 수재의연금이 답지했지만, 정작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의 금액이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재난구호법)' 상 의연금의 경우 행정안전부에 허가를 받은 단체가 일괄 모금 후 관련법에 따라 지급하도록 규정된 탓에 정작 모금된 포항 태풍 수재의연금 중 50% 가량만 포항에 쓰일 것으로 포항시는 추정하고 있다.
최근 포항시는 성금 기탁을 희망하는 단체에 현금보다는 현장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해 기탁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현금 기탁의 경우 행안부의 재해복구계획 수립 후 전국재해구호협회의 배분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다시 포항 현장에 지급되기까지 최소 40여 일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물품 기탁은 현장 상황에 따라 지자체에서 접수 받아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재해구호법을 보면 의연금 모집자는 매년 행정안전부가 신청 단체 중 한 곳을 지정한다. 지금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업무를 맡고 있다.
각 지자체 등에서는 기탁식처럼 행사를 진행할 수 있지만, 실제 돈은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은행계좌로만 모집 가능하다.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재해 사례별 모금을 기록하지 않기 때문에 딱 얼만큼의 금액이 포항 태풍 수재의연금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때문에 '어느 지역을 위해 써달라'는 기부자의 의사도 크게 반영될 수 없는 시스템이다.
포항시 등에 따르면 이번 태풍 '힌남노' 이후 의연금 기탁식 기준으로 약 139억원 이상이 모금된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의연물품(재해구호키트 등)에 30억원, 이재민 지원금 40억원(예상치) 등 약 70억원이 쓰일 것으로 포항시는 보고 있다.
특히, 이재민 지원금의 경우 재해구호법 상 ▷유족 1천만원 ▷주택 전파 500만원 ▷반파 250만원 ▷침수(소파 등) 100만원 등 상한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금액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포항에서는 의연금 배분에 대해 지자체 및 피해자 대표단 등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태풍 사고 직후부터 벽지와 장판, 필수 가전제품처럼 당장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의연금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별 수 없이 의연금 기탁을 희망하는 단체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미리 알려줘 기탁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배분위원회가 열리기까지 절차가 너무 길고 복잡하다. 각 피해 현장 상황이 천차만별인데 유동적인 지급 체계 마련이 아쉽다"고 귀띔했다.
반면, 전국재해구호협회 측은 '특정 의연금을 모두 해당지역에만 쓰는 것은 지역간 형평성 및 균등 원칙에 어긋나기에 이기적인 형태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국재해구호협회 관계자는 "재해구호키트는 각 지자체가 협회에 보관을 위탁한 것과, 기업들의 후원으로 이미 만들어서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이번 수해로 모집하고 지원하게 될 국민성금과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과거 포항지진 때나 이번 태풍 구호지원금도 수도권 등 타 지역에서 모금한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비율로 보면 지역과 수도권의 의연금 모급 수준은 1:5 정도로 차이가 크지만 경북의 경우 전체 모금액의 약 25%가 쓰였다"면서 "재해구호법은 상황·지역별로 편중·차등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법을 잘 알면서도 우선 배분을 요구하는 것은 자칫 지역이기주의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태로 보이기에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에서는 지난달 6일 발생한 태풍 '힌남노'로 총 36명(사망 10명·부상 26명)의 인명피해와 사유시설 4만1천648건(1조 1천567억원), 공공시설 585건(596억원), 기업체 413건(1조348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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