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00억원 넘는 '포항 태풍 수재의연금', 포항에 절반만 쓰인다?

입력 2022-10-28 17:43:50 수정 2022-10-31 16:51:41

기부 의사와 상관없는 모금·집행으로 포항시 ‘지급 시기 하세월’ 불만
재해구호법 원칙에 어긋나…협회 측 ‘지역 균등 배분이 더 중요’

13일 오후 태풍
13일 오후 태풍 '힌남노' 수해 이재민 임시거주시설인 포항시 남구 대송면다목적회관에서 지역민들이 세탁물을 희망브리즈 전국재해구호협회 직원에 맡기고 있다. 배형욱 기자

태풍 '힌남노' 시기 극심한 피해를 입었던 경북 포항시에 최소 100억원이 넘는 수재의연금이 답지했지만, 정작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의 금액이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재난구호법)' 상 의연금의 경우 행정안전부에 허가를 받은 단체가 일괄 모금 후 관련법에 따라 지급하도록 규정된 탓에 정작 모금된 포항 태풍 수재의연금 중 50% 가량만 포항에 쓰일 것으로 포항시는 추정하고 있다.

최근 포항시는 성금 기탁을 희망하는 단체에 현금보다는 현장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해 기탁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현금 기탁의 경우 행안부의 재해복구계획 수립 후 전국재해구호협회의 배분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다시 포항 현장에 지급되기까지 최소 40여 일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물품 기탁은 현장 상황에 따라 지자체에서 접수 받아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재해구호법을 보면 의연금 모집자는 매년 행정안전부가 신청 단체 중 한 곳을 지정한다. 지금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업무를 맡고 있다.

각 지자체 등에서는 기탁식처럼 행사를 진행할 수 있지만, 실제 돈은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은행계좌로만 모집 가능하다.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재해 사례별 모금을 기록하지 않기 때문에 딱 얼만큼의 금액이 포항 태풍 수재의연금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때문에 '어느 지역을 위해 써달라'는 기부자의 의사도 크게 반영될 수 없는 시스템이다.

포항시 등에 따르면 이번 태풍 '힌남노' 이후 의연금 기탁식 기준으로 약 139억원 이상이 모금된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의연물품(재해구호키트 등)에 30억원, 이재민 지원금 40억원(예상치) 등 약 70억원이 쓰일 것으로 포항시는 보고 있다.

특히, 이재민 지원금의 경우 재해구호법 상 ▷유족 1천만원 ▷주택 전파 500만원 ▷반파 250만원 ▷침수(소파 등) 100만원 등 상한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금액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포항에서는 의연금 배분에 대해 지자체 및 피해자 대표단 등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태풍 사고 직후부터 벽지와 장판, 필수 가전제품처럼 당장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의연금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별 수 없이 의연금 기탁을 희망하는 단체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미리 알려줘 기탁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배분위원회가 열리기까지 절차가 너무 길고 복잡하다. 각 피해 현장 상황이 천차만별인데 유동적인 지급 체계 마련이 아쉽다"고 귀띔했다.

반면, 전국재해구호협회 측은 '특정 의연금을 모두 해당지역에만 쓰는 것은 지역간 형평성 및 균등 원칙에 어긋나기에 이기적인 형태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국재해구호협회 관계자는 "재해구호키트는 각 지자체가 협회에 보관을 위탁한 것과, 기업들의 후원으로 이미 만들어서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이번 수해로 모집하고 지원하게 될 국민성금과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과거 포항지진 때나 이번 태풍 구호지원금도 수도권 등 타 지역에서 모금한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비율로 보면 지역과 수도권의 의연금 모급 수준은 1:5 정도로 차이가 크지만 경북의 경우 전체 모금액의 약 25%가 쓰였다"면서 "재해구호법은 상황·지역별로 편중·차등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법을 잘 알면서도 우선 배분을 요구하는 것은 자칫 지역이기주의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태로 보이기에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에서는 지난달 6일 발생한 태풍 '힌남노'로 총 36명(사망 10명·부상 26명)의 인명피해와 사유시설 4만1천648건(1조 1천567억원), 공공시설 585건(596억원), 기업체 413건(1조348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