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매천시장 화재] 현대화 지지부진 겹쳐…이전 목소리 더 커질 듯

입력 2022-10-26 17:09:41 수정 2022-10-26 21:42:02

종전사업 경매동만 추가 건축…대구시 28일 관련 설명회 취소
내년도 예산 용역비 책정 방침

26일 대구 북구 매천시장 농산 A동 화재 현장에서 상인들이 가까스로 불을 피한 과일들을 옮기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6일 대구 북구 매천시장 농산 A동 화재 현장에서 상인들이 가까스로 불을 피한 과일들을 옮기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화마가 대구 북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매천시장)을 할퀴고 가면서 매천시장 이전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종전 현대화 사업이 순환식 재건축이 아닌, 경매동만 추가 건축하고 이번에 불이 난 농산A동과 농산B동, 수산동 등 낡은 시설은 그대로 두는 방식이었던 만큼 시설 노후화에 따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어서다.

26일 대구시는 오는 28일 매천시장 관리사무소에서 시장 유통종사자를 대상으로 열려던 '시설 현대화 사업 관련 설명회'를 취소했다. 전날 발생한 화재 피해 복구와 시장 상인의 신속한 영업 재개에 행정력을 집중할 때라는 판단에서다.

애초 이 설명회는 시비 895억원과 국비 180억원 등 모두 1천75억원을 들여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한 매천시장 현대화 사업을 유보하고 달성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폭넓게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시는 홍준표 시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기존 현대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하고, 진도를 나가지 않고 있다. 홍 시장이 지방선거 과정에서 매천시장 이전 검토를 약속한 데 이어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가 매천시장 도심 외곽 이전을 정책제안서에 담아서다.

게다가 지난달 대구시의회가 대구시 추가경정예산안 중 매천시장 이전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비 2억원을 전액 삭감했지만 시는 내년도 본예산안에 용역비를 다시 책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달 중 시의회, 매천시장 상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이전 설명회를 하는 등 설득 작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설명회 기약은 없지만 이번 화재를 계기로 매천시장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세간에 '시의 비공식 조사에서 이전 찬성이 과반인 것으로 집계됐다'는 말이 떠돈다. 일부 상인을 중심으로 "시설 노후화로 화재에 쉽게 노출돼 피해가 커졌다"는 여론도 나오는 상황이다.

대구시 관계자도 "발화 지점이 포함된 농산A동과 경매장 일부는 조만간 반영구 시설로 다시 지을 방침"을 밝히면서도 이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을 검토하는 과정에 있지만, 실제 이전이 이뤄지기까지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돼 그때까지 사용 가능한 시설물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했다.

정의관 대구시 경제국장도 "1988년부터 사용한 농산동과 수산동은 그대로 놔둔 채 상가 A·B동을 옮기고 그 자리에 경매장만 추가로 짓는 게 2018년 결정한 현대화 사업의 골자"라면서 "이번 화재로 다른 시설에서도 안전 우려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