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진짜’ 배달의 민족!

입력 2022-10-24 19:29:10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우리 민족을 흔히 '배달의 민족'이라고 부른다. '배달'은 순수 우리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배달'이 무슨 의미인지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일부 학자와 전문가들은 '배달' '박달(나무)' 등은 '밝다' '희다'를 의미하며 태양을 상징한다고 한다. 우리 민족의 첫 번째 국가(고조선)와 마지막 왕조의 이름도 '조선'(朝鮮)이다. 조선은 '아침의 나라'라는 의미로 '밝은 빛'을 뜻한다고 한다. 역시 '태양'을 상징한다. 이래저래 우리 민족은 스스로 '태양의 후예'로 여겼음이 분명해 보인다. 이민족인 한족(漢族)조차 우리를 태양의 민족으로 인정했다. 그렇지 않다면 명 황제가 조선(朝鮮)이라는 국호를 승인했을 리 만무하다.

이제 우리 민족은 또 다른 의미의 '배달(配達)의 민족'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올해 상반기 전체 취업자를 분석해 보면, 배달원이 1년 전보다 2만6천 명이 더 늘어 처음으로 45만 명을 돌파했다. 학교 교사(42만2천 명)나 컴퓨터 시스템·소프트웨어 전문가(39만9천 명)보다 많다. 남성이 배달원의 대부분인 91.1%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직업군 가운데 음식점업 취업자가 156만8천 명으로 가장 큰 비중(5.6%)을 차지한다. '배달의 민족' 활약 덕분인지 3분기 통계청 실업률은 2.5%로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실상 완전고용(자연실업률 3%)을 밑돈다.

화려한 통계의 이면은 우울하다. 올해 4월 기준 전체 취업자 중에서 월평균 임금이 200만 원 이하인 사람은 25.3%에 달한다. 월급쟁이 4명 중 한 명이 박봉 중의 박봉이다. 주 18시간 미만 단기 근로자는 지난 9월 대비 30만 명이 늘어난 251만 명이다. 1982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6.1%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오히려 올라갔다. '성장 없는 고용' 속의 '일자리 풍년'이라는 비정상적 상황이 빚어낸 요지경(瑤池鏡)이다. 고용의 경기 후행성 탓에 최근 경기침체 영향이 반영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비대면·플랫폼 일자리 등의 급성장과 세금 투입형 공공·단기 일자리의 급증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비정상적 상황이 계속될 순 없다. 신산업 육성, 노동·산업 분야 규제 개혁 등 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