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업 서버 문제로 온 국민 일상 마비
소방서·경찰서 공공 영역 업무까지 영향
대구소방본부 소속 소방관 A씨는 당직이던 지난 주말 내내 업무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장 근무가 잦은 탓에 화재 및 사고 발생 정보를 주로 카카오톡 단체방으로 공유해왔던 것이 화근이었다. A씨는 "실시간 교통량을 확인할 수 있어 출동할 때 사용했던 '카카오내비'도 작동하지 않아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했다.
경찰관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대구경찰청 소속 한 정보 형사는 "집회 현장에 출동할 때 카카오톡 단체방을 만들어서 보고하는데, 지난 주말 동안은 문자로 소통할 수밖에 없었다"며 "보다 전체적인 상황 파악이 어려워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 카카오의 서비스 마비는 5천만 국민들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경찰, 소방 등 공공기관의 행정 공백까지 초래했다. '카카오 공화국'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과 함께 빅 테크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 독과점을 둘러싼 비판 여론도 들끓고 있다.
사고 사흘째인 17일까지도 '카카오톡 채널'을 비롯한 몇몇 서비스의 복구가 늦어지면서 이를 의존해온 자영업자들은 사흘 가까이 사업을 공쳐야 했다. 수성구에서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주문 등 모든 업무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이뤄지도록 만들어놨는데 주말 내내 먹통이어서 많은 곤란을 겪었다"며 "사흘 만에 겨우 오픈 준비 정도는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사고로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부와 공공 영역의 심각한 의존도도 드러났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 정부가 확진자 동선을 조사하려고 도입한 'QR체크인' 시스템 역시 대부분 카카오나 네이버에 의지해 이뤄지는 등 공공 분야의 플랫폼 기업 의존도가 상당하다는 얘기다.
매일신문 취재 결과 대구의 시청·구청 등 행정기관은 물론 소방당국과 경찰까지도 지난 주말 카카오톡 마비로 상당한 불편을 겪었다. 자체 내부망이 마련돼 있지만 외부에 나가 있을 때는 자연스럽게 카카오톡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의 '독점' 폐해가 공공 영역까지 확산하면서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브리핑을 통해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더구나 이것이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제도적으로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창옥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플랫폼 기업을 시장에 그대로 두면 자연스럽게 문어발식 확장과 독점을 거듭하게 되는 '기술적 자연 독점'이 발생한다"며 "사기업의 문제로 정부가 휘청거려선 안 된다. 시장 경쟁력은 물론 안보 측면까지 고려한 공정경쟁에 대한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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