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 막은 포항 차수벽 "신축 건물마다 설치 필요"

입력 2022-10-11 15:30:26 수정 2022-10-11 20:31:16

도심 지하공간 등 안전규정 재정립 필요
인근 도로 물에 잠겼는데 롯데백화점 포항점 기립식 차수벽 설치로 정상 영업 가능
경남 마산은 태풍 ‘매미’ 때 교훈으로 1km 차수벽 설치

롯데백화점 포항점 본관 지하주차장에 지난 태풍
롯데백화점 포항점 본관 지하주차장에 지난 태풍 '힌남노' 때 차수벽이 설치된 모습. 해당 차수벽은 지난해 설치됐으며, 이로 인해 인근 도로가 침수됐을 때도 롯데백화점에는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포항시 제공

태풍 '힌남노'가 포항지역 곳곳을 할퀴고 갔지만, 소형 차수벽을 설치한 곳은 주변 상황과 상관없이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도심 내 수해 안전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포항점(포항시 북구 학산동)의 경우 한달 전 제11호 태풍 '힌남노' 때 시간당 최대 110여㎜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며 주변 일대가 물에 잠겼다.

특히 이곳은 영일대해수욕장 등 해안가와 맞닿아 있어 만조에 따른 해수면 상승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힌남노 때 이 일대의 도로는 성인 남성의 정강이까지 물이 차오르며 차량도 운행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롯데백화점 포항점은 지난 2014년 별관 건물에 2개, 지난해 본관 주차장 출입구에 2개 등 기립식 차수벽(가로 4.2m·세로 0.5m)을 각각 설치하면서 매장과 지하주차장 등에서 아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정상영업이 가능했다.

기립식 차수벽이란 평소에 바닥에 뉘어 있다가 상황 발생 시 직각으로 세워 벽 역할을 하는 시설을 말한다.

롯데백화점 측은 "만약 차수벽을 설치하지 않아 일부 시설이 침수돼 한 달 이상 영업을 못했다면 추정 피해액이 1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차수벽으로 태풍 피해를 막은 사례는 또 있다. 경남 마산의 경우 지난 2003년 태풍 '매미'로 18명이 사망하고, 9천2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하자 2018년 사업비 499억원을 투입해 마산항 부근에 1㎞ 가량의 차수벽을 설치됐다.

이 차수벽은 5m 높이의 해일까지 막을 수 있으며, 덕분인지 힌남노 때 마산은 평균 157㎜, 최고 400㎜ 안팎의 강우량을 기록했지만 이렇다 할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마산의 경험을 토대로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15일 전국 18개 항에 방재언덕과 차수벽 등을 군산항과 부산남항 등 전국 18개항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포항시 또한 이러한 차수벽의 효용성을 생각해 지난 5일 지역 내 신규 아파트 사업승인지 18개 단지에 협조 공문을 보내 재해취약지구 위험시설에 대한 차수벽 설치를 요청했다.

아울러 조례를 개정해 이르면 내년부터는 신규 건설사업 승인 시 차수벽 의무화 설치도 추진할 계획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개별 차수벽은 평균 250만원 정도의 설치비를 투자하고 가장 높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는 장비이다. 이번 사례를 통해 비상 상황 시 도심 지하공간에 대한 차수벽 설치 등 대비책에 대한 안전규정을 재정립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