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정부 여당에 대한 반대가 집요하다. 미국 대통령에 대한 예의 운운하며 외교 참사를 들먹이더니 이번에는 범국민적 저항 운동을 제안한다며 촛불 정국을 유도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서면 조사 통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자마자 빼든 카드다. 사실 확인 과정마저 죄다 정치 보복으로 몰고 가니 11일로 예정된 감사원 국정감사마저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다.
민주당이 "촛불집회를 제안한다"라는 말을 꺼낸 배경에는 '문 전 대통령 서면 조사=정치 보복'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우리 국민이 북한에서 까닭 모르게 숨진 사건에 대한 조사가 왜 정치 보복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냉정하게 볼 일이다. 감사원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는 감사원의 직무에 충실한 것이다. 이전에도 노태우, 김영삼 등 퇴임한 대통령에게 감사원은 서면 조사를 했고 답변을 받은 전례가 있다. 무엇보다 문 전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이던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검찰 조사 거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즉각적인 강제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야당의 건전한 반대는 민주주의 정치를 추동하는 힘이다. 정치 발전을 위해 독려하는 게 마땅하다. 다만 사심 없는 간쟁이어야 한다. 그래야 여당이 국민의 뜻을 왜곡하거나 자만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금의 민주당이라면 합력 가능성이 안 보인다. 명확해 보이는 과오도 정치 보복으로 덮어씌우기 일쑤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독재 정권처럼 사정 권력으로 공포정치에 나선 것"으로 규정했다.
국정 운영의 큰 축인 입법과 행정의 불협화음이 고의적 해태로 지속되는 건 국민적 불행이다. 대외 여건도 호의적이지 않다. 정략적 식견으로 현실 과제를 풀지 못하게 묶어두면 후대에 밀린 숙제가 된다. 더구나 촛불 민심은 민주당의 전유물이 아니다. 촛불 민심 운운하며 정국을 혼란스럽게 몰고 가는 건 나라를 쪼개자는 뜻으로 읽힐 뿐이다. '제안'이라 이름 붙일 수 없는, 위험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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