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위협하는 ‘물’

입력 2022-09-30 12:51:02 수정 2022-09-30 18:09:03

황정화 녹색당 대구시당 운영위원장

황정화 녹색당 대구시당 운영위원장
황정화 녹색당 대구시당 운영위원장

사람이 지구에서 살자면 '물'만큼 중한 것이 없다. 우주선을 보내 화성에서도 달에서도 찾는 것이 '물'의 흔적이다. 인류는 강을 따라서 마을을 이루었고, 치수(治水)는 마을의 숙제였으며, 권력자들의 시험대였다.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기후변화도 '불'만큼이나 '물'의 모습을 갖고 있다. 그것도 위협하는 물이다. 녹아내린 빙하로 바닷물이 점차 육지로 차오르는 반면 육지엔 극단적 가뭄과 기록적 폭우로 식수로 쓸 깨끗한 담수를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특별히 대구 시민들을 위협하는 물이 있다. 수돗물의 취수원, 낙동강이 매년 녹조로 오염되기 때문이다. 녹조는 유속이 느린 상태에서 균류가 과다 번식한 것으로 강으로 유입되는 산소를 차단하여 물고기들을 떼죽음에 이르게 하고 독성물질을 내뿜는다. 낙동강에서 검출되고 있는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은 유엔보건기구에서 물놀이나 음용을 제한하는 독성물질이다. 여름이 길어지면서 녹조도 더 일찍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녹조 물을 직접 마시지 않더라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낙동강 인근에서 길러진 농작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었고, 전국적으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돗물이 불안하면 생수를 사 먹으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생존에 필수적인 물을 각자 알아서 돈으로 해결하라는 건 아무래도 정당하지 않다. 2021년 환경부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가구의 약 36%가 수돗물을 그냥 혹은 끓여서 먹고, 49.5%가 정수기 물, 32.9%가 생수를 사 먹는다고 응답했다. 요리할 때 수돗물을 그대로 쓴다는 대답은 67%에 이른다.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수돗물의 안전을 가볍게 포기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가 하면 생수 소비도 급증하고 있다. 2019년 생수 소비량은 총 183만5천823㎘로 이는 국민 1인당 한 해 36ℓ, 500㎖ 생수 72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2020년 생수 시장은 1조200억 원 규모로 10년 전보다 3배 이상 커졌고, 국내 생수 브랜드만 300여 개에 이른다. 실제로 비닐로 포장된 생수 무더기가 가정집과 사무실 문 앞에 배달되어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회의나 축제, 기념식, 강연회 등의 대중 행사에서도 생수는 무료로 제공되곤 한다.

실은 생수도 '위협하는 물'이다. 지하수 채취, 플라스틱 용기 생산, 장거리 유통, 플라스틱 폐기 등의 과정에서 수돗물의 700배가 넘는 온실가스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수돗물 대신 플라스틱병에 담긴 생수를 마실수록 지구는 더워지고 지구 생물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또한 유통 과정에서 고온과 자외선에 노출될 경우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 같은 유해물질이 용출되기 때문에 마시는 사람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투명 페트병은 분리 배출이 의무화되었지만 현재로선 잘해 봐야 폴리에스테르와 같은 섬유로 재활용된다. 화학섬유는 페트에 비하면 훨씬 불안정한 플라스틱으로, 세탁할 때마다 떨어져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은 바다를 오염시키고 물고기를 통해 다시 우리 입속으로 들어온다.

도처에 위협하는 물이 있다. 빙하가 녹고 바닷물은 육지를 넘보고, 도시는 침수되고, 녹조 독이 밥상 위로 오르며, 간편한 생수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고 바다를 오염시킨다. 그러나 물은 실상 아무런 죄가 없다. 경쟁적으로 물을 상품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인간의 잘못이다. 물의 오염을 방치하며, 생존에 있어 물이 제일 중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체하는 권력자들의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