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지하주차장이 창고?…'안전불감' 대구도 예외 아냐

입력 2022-09-27 17:49:49 수정 2022-09-28 11:29:56

상자·옷 등 가연성 물품 가득…'감전 주의' 배전반 앞에도 차지
화재 발생 시 스프링클러도 제 역할 어려워…피난유도등·지상 하역장 갖춰야

27일 대구 시내의 한 백화점 지하주차장에 의류를 담은 종이박스가 가득 쌓여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7일 대구 시내의 한 백화점 지하주차장에 의류를 담은 종이박스가 가득 쌓여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화재로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지하 하역장과 물품 창고처럼 쓰이는 지하 주차장 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하 하역장 주변에 상자와 옷가지 등 가연성 물품을 쌓아두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법적 규정을 어기고 지하 주차장에 물건을 적재하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27일 오후 대구 중구의 한 대형 쇼핑몰 지하 2층. 주차장 일부 공간에 종이상자와 포장된 의류 등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화물차에서 쏟아지는 물건들은 화물차 뒷편이나 주차장 바닥에 적재된 채 방치됐다. 일부 상자들은 '감전 주의' 문구가 붙어있는 배전반 앞을 가득 차지했다.

차량 엔진 과열이나 전기 누전 등으로 화재가 발생했을때 순식간에 불이 번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곳 지하 공간 중 3분의 1 가량은 하역장과 창고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하 하역장에 상품을 보관하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지만 화물차가 계속 들어오자 주차 공간까지 물건들이 침범했다.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웃렛 화재 당시에도 갑작스러운 불길이 하역장에 쌓여있던 의류와 종이박스로 옮겨 붙으며 급속도로 번졌다. 여기에서 발생한 유독가스는 스프링클러와 배연장치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퍼지며 인명 피해를 키웠다.

지하 주차장에서 만난 이 곳 쇼핑몰 관계자는 "오늘 시설점검 업체에서 하역장 안전 검사를 나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구 동구 한 대형 쇼핑몰 지하 1층 하역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품 보관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마련됐지만 지하 주차장까지 종이 상자들이 쌓였다.

주차장법 상 건물 부설 주차장은 창고 등 다른 용도로 쓸 수 없도록 돼 있다. 방화구획에 물건을 쌓아두는 행위도 금지된다.

전문가들은 방치된 종이 상자나 의류 같은 인화성 물질이 순식간에 불길을 번지게 만드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고 지적한다.

백찬수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사방이 막힌 지하 공간의 특성 상 스프링클러나 제연설비가 작동해도 화재가 급속하게 번져나간다"면서 "특히 백화점이나 아웃렛은 연소물로 이뤄진 적재물이 많아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하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유독가스가 호흡 곤란을 일으키고 시야를 완전히 가린다"면서 "화재 발생 시 대피할 수 있도록 피난 유도 시설을 반드시 갖추고 시설·방재 관리 직원들이 화재 대처 훈련을 받는다면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