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36> 스갱 아저씨의 염소와 아이들

입력 2022-09-22 10:30:59 수정 2022-09-24 06:54:51

이호정 동부도서관 사서

스갱 아저씨의 염소(알퐁스 도데 지음 강희진 옮김/ 파랑새 펴냄)
스갱 아저씨의 염소(알퐁스 도데 지음 강희진 옮김/ 파랑새 펴냄)

도서관 사서가 되고 모든 게 처음이었던 지난해, 그 중 가장 긴장되던 것은 어린이 독서회였다. 갑자기 어린이 독서회를 맡게 돼 어떻게 해야 하나 이것저것을 알아보았다. 토론 도서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알퐁스 도데의 '스갱 아저씨의 염소'였다.

"일단 책부터 읽자!" 어린이 열람실로 곧장 달려가 '스갱 아저씨의 염소'를 빌려왔다. 강렬한 색채의 표지부터 눈에 띄었다. 붉은 노을이 지는 듯한 하늘과 우뚝 선 나무들, 그리고 홀로 서 있는 염소 한 마리. 표지만으로는 어떤 내용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스갱 아저씨의 염소 '블랑께뜨'는 산속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고 싶어 스갱 아저씨에게 자신을 산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이미 여러 마리의 염소가 잡아먹힌 스갱 아저씨는 블랑께뜨가 산에 가지 못하도록 축사에 가두어 버린다. 블랑께뜨는 열린 창문을 통해 축사를 빠져나가게 되고, 산에서 마음껏 뛰어다니며 행복해한다. 어느새 저녁이 되어,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블랑께뜨는 용감하게 늑대에게 맞섰지만, 결국 늑대에게 잡아먹히고 말았다.

얇은 그림책을 몇 번이나 읽으며 시작은 어떻게 할지,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활동지는 어떻게 만들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날들이 지나고, 독서회 당일이 되었다.

아이들이 오기 전, 미리 준비하면서부터 심장은 두근대기 시작했다. '몇 명이 올까? 책은 다 읽었을까? 지루해 하지는 않겠지?' 이런저런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아이들이 하나둘 오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우렁찬 아이들의 인사 소리를 듣자, 이제 진짜 시작이라는 실감이 났다. 심호흡을 한 두 번 하고, 독서회 토론을 시작했다.

블랑께뜨의 선택이 옳은가, 어리석은가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아이들의 의견이 정확히 반반으로 갈렸다. 한 아이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빛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은… 어리석은 행동이었다고 생각해요." "오예~!" 환호하는 아이들 반, 아쉬워하는 아이들 반이었다.

독서회를 통해 아이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은 아주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기발하고 참신한 의견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어린이다운 엉뚱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생각지 못한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지나 그렇게 첫 독서회 토론이 마무리됐다. "오늘 독서회 토론은 여기서 끝내고 다음 달에 도서관에서 만나요~."

이호정 동부도서관 사서
이호정 동부도서관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