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낙타 방치하고 사체는 먹이로…동물원 운영자 학대 혐의 첫 처벌

입력 2022-09-20 15:06:21 수정 2022-09-20 18:07:40

대구지법. 1심서 집행유예 선고
국제 멸종위기종 등록 없이 사육한 혐의도

20일 대구지법 서부지원 앞에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동물원 업주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근우 기자 gnu@imaeil.com
20일 대구지법 서부지원 앞에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동물원 업주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근우 기자 gnu@imaeil.com

병에 걸린 낙타를 방치하고 사체는 육식동물의 먹이로 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대구 한 동물원 운영자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동물원 운영자가 동물 학대 혐의로 처벌받은 최초의 사례로 기록됐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5형사단독(판사 김옥희)은 20일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51)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A씨가 운영하는 동물원 법인에 대해서는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20년 2월 종양이 생긴 낙타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하고, 그 사체는 톱으로 해체해 먹이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일본원숭이와 긴팔원숭이, 그린이구아나, 노랑 아나콘다 등 국제 멸종위기종 8종을 환경부 사육시설 등록 없이 사육한 혐의도 더해졌다.

재판부는 "동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했고, 동물 서식 환경을 체계적으로 보호·관리하지 않았다"며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벌금형을 넘는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이날 선고 공판이 열린 대구지법 서부지원에는 동물보호단체 및 녹색당 대구시당 등이 참여해 엄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김세현 비글구조네트워크 활동가는 "생각보다 양형이 적어 개탄스럽지만, 끝이 아닌 만큼 계속 지켜볼 것"이라며 "현재 대구는 물론 다른 지역에도 이번 사건 동물원과 유사한 민간 동물원들이 많다.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이런 사건이 계속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녹색당 대구시당이 대구지법 서부지원 앞에서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동물원 업주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녹색당 제공
20일 녹색당 대구시당이 대구지법 서부지원 앞에서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동물원 업주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녹색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