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겠다." 취임사에서 밝힌 윤석열 대통령이 만들고 싶은 나라는 분명했다. 자유·인권·공정·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가 그 목표였다.
윤 대통령이 지향하는 나라를 만드는 데엔 국민의 지지는 물론 추진력을 갖고 실행할 집단이 필요했다. 대통령실과 내각, 여당인 국민의힘 역할이 중요했다. 하지만 취임 120일이 넘는 동안 대통령실과 내각, 여당은 윤 대통령이 염원하는 나라를 만드는 데 일조(一助)는커녕 걸림돌로 등장했다.
가장 발목을 잡은 인사는 세 사람이다. 먼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성상납 의혹과 증거인멸교사 혐의 등 본인의 잘못으로 대표 자리에서 밀려난 이 전 대표는 루비콘강(Rubicon江)을 완전히 건넜다. 논리도 없는 천박한 언행을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이 전 대표가 바라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지키는 것일 뿐이다. 썩은 달걀은 아무리 품어도 병아리가 될 수 없다. 빨리 내다버리는 게 맞다.
'윤핵관'인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도 장애물로 전락했다. 권 전 원내대표의 잘못과 실수는 실력 부족은 물론 인간적 성숙도 모자란 것 아니냐는 개탄까지 나오게 했다. 2선 후퇴를 선언했지만 장 의원도 권 전 원내대표와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다. 권·장 두 사람이 호가호위하며 대통령실에 자기 사람을 꽂아넣은 게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촉발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준석, 권성동, 장제원은 자칭타칭 윤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功臣)으로 손꼽혔다. 이 전 대표는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고 가장 잘 팔았다"고 자랑했다. 권 전 원내대표는 공식 석상에서 대선 일등 공신을 자처하는 겸양마저 찾아볼 수 없는 행태를 보였다.
공신을 다루는 데 윤 대통령이 전범(典範)으로 삼아야 할 사람이 태종 이방원이다. 태종은 조선 건국 일등 공신 정도전을 없앴고, 왕위에 오르고 난 뒤엔 자신을 도운 일등 공신 이숙번 등 측근 세력을 찍어냈다. 일등 공신인 처남 민무구·민무질 형제에게도 사약을 내렸다. 국정 운영을 저해할 수 있다고 여긴 인물에 대해서는 공신이라도 가차 없이 칼을 휘둘렀다. 왕권 강화와 함께 아들에게 안정된 국정 운영 기반을 물려주기 위해서였다. 세종의 치세(治世)가 가능했던 것은 태종의 공신 척결 덕분이었다.
중요한 사실은 이·권·장 세 사람이 윤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실정에 환멸을 느낀 국민이 검찰총장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다. 도도한 민심의 바람을 탄 '윤석열호'에 승선해 실체도 없는 비단 주머니를 건네고, 설레발 몇 번 친 것을 두고 일등 공신 운운하는 것은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다.
윤 대통령은 사적 의리가 아닌 국민에 대한 공적(公的) 의리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국 전 장관과의 사적 의리에 연연하다 조국 사태를 초래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염원한 산업화를 성공시킨 주역은 그를 따른 군인들이 아니라 김학렬, 남덕우와 같은 경제 관료와 이병철, 정주영과 같은 경제인들이었다. 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총선 공천권을 두고 이전투구(泥田鬪狗)를 하는 이·권·장 등 '짝퉁 공신'을 쳐내는 것이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려면 윤 대통령은 태종의 공신 척결과 박정희의 용인술(用人術)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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