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감당 못 한 펌프장, 제때 공급 안 된 양수기
빗물펌프장 15곳 밤샘 가동…만조와 겹쳐 처리용량 넘어
"매번 수해 반복되는데도"…저지대 주민 안일 대응 지적
태풍 '힌남노'로 피해가 집중된 포항에서는 빗물펌프장, 양수기(이동형 배수펌프기) 등 수해 방지 설비들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해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빗물펌프장은 한계 용량을 넘어서면서 무용지물이 됐고 양수기는 컨트롤타워 부재로 제 때 공급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8일 포항시에 따르면 포항에는 15곳의 빗물펌프장이 있다. 가장 큰 용량의 남구 효자동 '형산 빗물펌프장'은 시간당 16만7천여 톤(t)의 빗물을 처리할 수 있다. 강우량으로 환산하면 시간당 약 70㎜ 정도다.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던 남구 대송면 제내리 '대송 빗물펌프장'의 처리용량은 겨우 시간당 52㎜이다.
힌남노가 몰아치던 6일 새벽 남구지역에 시간당 110㎜ 이상의 비가 퍼부어 한계 용량을 훌쩍 넘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더욱이 당시 폭우와 만조가 겹치면서 하천의 물살이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빗물펌프장 설비까지 대부분 물에 잠겨 무용지물이 됐다.
포항시 관계자는 "15곳 모두 밤새 가동했지만 너무나 많은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처리가 어려웠다"고 했다.
수해 현장에 긴급 투입해야할 양수기도 제 때 공급되지 못했다. 포항시가 보유하고 있는 양수기는 300여대로 이 중 6인치 용량 6대는 포항시청이 직접 관리하고 나머지는 각 구청과 읍면동별로 소유하고 있다.
양수기는 재난 상황에서 신고가 들어오면 상황을 보고 순서대로 배치하는 게 일반적인데 전체를 통제,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없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전략적 사용이 이뤄지지 못했다.
인명사고가 발생한 남구 인덕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 침수 현장 경우 사고 당시인 6일 오전까지 배수작업에 동원된 양수기는 소방펌프 2대와 포항시 배수 차량 4대 등 고작 6대에 불과했다.
남구 대송면 주민 정익화(56) 씨는 "마을이 지대가 낮아 매번 수해가 반복되는데도 빗물펌프장 용량도 늘리지 않고 양수기 등 기타 설비를 미리 배치하지 않는 등 포항시가 너무 무성의하게 대응한 것이 피해를 키운 것"이라며 "마을을 아예 전부 옮기든가 배수시설이라도 용량을 높여주든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포항시는 이번 태풍으로 피해가 집중됐던 남구 오천읍 냉천에 항사댐 건설을 고려하고 있다. 냉천 항사댐은 지난 2017년 추진했다가 주민 및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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