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태풍 비상] 사라·루사·매미…최악의 태풍은 늘 가을이었다

입력 2022-09-04 16:53:08 수정 2022-09-04 21:13:21

사라 전국 사망·실종 849명…루사·매미 땐 대구경북 77명 사망·재산 피해 1조6천억원
제11호 태풍 '힌남노' 등 9월 발생하는 태풍 2000년대 들어 30% 증가

2003년 태풍 '매미'가 동반한 폭우로 침수된 경북 의성군 구천면 내산리에서 주민들이 키우던 돼지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장면. 매일신문DB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4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높은 파도가 일고 있다. 연합뉴스

'초강력 태풍'이라고 불리는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면서 7~8월을 지나 9월에 발생하는 '가을 태풍'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과거 한반도에 큰 피해를 안긴 태풍 '사라'(1959년)와 '루사'(2002년), '매미'(2003년) 모두 '가을 태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구경북 큰 피해 안긴 태풍 모두 '가을 태풍'

4일 기상청에 따르면 다수의 인명피해를 내며 '최악의 태풍'이라고 불리는 '사라'는 1959년 9월 15일부터 18일까지 국내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와 비슷하게 추석을 앞두고 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갔다. 그해 추석도 올해와 비슷한 9월 17일이었다.

남해안에 상륙해 영남 지역에 큰 피해를 입혔으며 사망하거나 실종된 사람만 849명이었다. 사라 다음으로 인명피해가 컸던 태풍은 ▷1972년 8월 '베티'(550명) ▷1987년 7월 '셀마'(345명) ▷2008년 8월 '루사'(246명) 순이다.

'루사'는 2002년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강원을 중심으로 전국에 큰 피해를 입혔다. 이재민만 8만명이 넘었다. 재산 피해액은 5조1천419억원으로 아직까지도 가장 큰 재산 피해액으로 기록되어 있다.

'루사'는 많은 비로도 악명이 높다. 국내로 진입할 때 남해상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3도 높아 강한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당시 강릉은 하루에 870.5mm의 비가 쏟아졌는데, 우리나라 최고 강수량으로 기록됐다.

'루사'가 한반도에 상륙할 당시 대구경북에도 38명이 사망했고 8천700억여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대구경북에 가장 많은 피해를 끼친 태풍으로 기록됐다.

'루사' 다음으로 재산 피해액이 컸던 태풍은 전국적으로 4조2천225억원의 재산 피해를 낸 '매미'다. 2003년 9월 12월 상륙해 대구경북에도 사망자 39명이 발생했고, 7천400억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매미'는 대구경북에 역대 2번째로 큰 피해를 안긴 태풍으로 기록됐다.

◆'가을 태풍' 2000년대 들어 31.6% 급증

'사라' '루사' '매미' 모두 '가을태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1951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태풍 1천916개 가운데 7~8월 발생한 태풍은 661개(34.49%), 9~10월은 638개(33.29%)다.

수치상으로는 엇비슷한 수준이지만 최근 들어 가을철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모양새다. 인제대 대기환경정보공학과 정우식 교수가 2020년 한국대기환경학회지에 펴낸 '한반도 영향 가을태풍' 연구 논문에 따르면 9, 10월에 영향을 미치는 가을태풍의 빈도는 2000년대 들어 31.6%로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1954~2003년 ▷2002~2010년 ▷2011~2019년으로 시기를 나눠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가을 태풍의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과거에 비해 최근으로 올수록 6, 7, 8월 한반도 영향 태풍의 빈도는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을 태풍의 특징은 해수면 온도가 연중 가장 높아 강한 세력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하지와 추분 사이는 북태평양 적도 인근 태양 고도가 높아 햇볕이 강하게 내리쬔다. 높은 해수면 온도는 태풍이 북상할 때 세력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기상청은 "힌남노는 정말 강할 것으로 예상되며, 강풍과 많은 비가 동반된다"며 "피해가 없도록 철저히 대비하고, 안전한 곳에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