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피의자 이승만 `내가 주도했다…총도 쏴`

범행을 전면 부인했던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피의자 이승만(52)이 경찰에 범행을 자백했다. 이승만은 경찰 조사에서 권총 탈취를 위해 경찰을 차로 친 것도, 탈취한 총으로 은행 직원을 쏜 것도 본인이 했으며, 자신이 범행을 주도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1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이승만은 전날 오후부터 심경 변화를 일으켜 범행을 자신이 주도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자신이 사건을 주도했다는 사실과 범행 당시의 경위 등을 자백했다"며 "범행 당시 사망한 김 모 씨에게 총을 쏜 것도 자신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줄곧 범행을 부인해오던 이승만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심층 조사를 하면서 마음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범이자 고교 동창인 이정학(51)이 범행 대부분을 시인한 것을 알게 되자 자백을 시작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승만과 이정학의 진술을 종합하면 이승만이 먼저 은행 강도를 마음먹고 이정학에게 범행을 제안했다.

이들은 2001년 10월 15일 오전 1시쯤 총기를 마련하기 위해 대전 대덕구 송촌동에서 도보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차로 들이받았다.

당시 이승만이 운전을 했고, 이정학이 쓰러진 경찰관으로부터 38구경 권총을 빼앗았다. 권총에는 공포탄 1발과 실탄 4발이 장착돼 있었다.

이들은 경찰관 총기 탈취 사건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가 같은 해 12월 21일 오전 10시쯤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권총 강도 범행을 실행에 옮겼다.

범행에 사용된 차량은 3주 전 경기 수원에서 훔친 검은색 그랜저XG다. 이 역시 이승만이 운전을 해 은행 현금수송차량을 가로막은 뒤 권총으로 협박 하는 사이 이정학이 현금 3억원이 든 가방 2개 중 1개를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은행 출납 과장 김모(45) 씨가 이승만이 쏜 권총에 맞아 숨졌다.

이후 이승만이 차를 운전해 범행 현장에서 300ｍ가량 떨어진 상가 건물로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지하주차장에 미리 주차해둔 흰색 승용차로 바꿔 탄 뒤 다시 서구 갈마동으로 달아났다.

흰색 승용차는 갈마동에 버려두고, 돈가방은 갈마동에 세워뒀던 이승만의 차량으로 옮겼다.

이후 도주 경로와 훔친 3억원을 어떻게 나눴는지에 대해서는 둘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이정학은 돈가방을 두고 택시로 대전역에 간 뒤 경상도 쪽으로 도망갔다고 진술했다. 반면 이승만은 자신의 차를 몰고 동구 야산으로 가 돈가방과 함께 권총을 숨겨뒀다가 나중에 총기를 찾아 잘게 부순 뒤 수차례에 걸쳐 버렸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이 나눠 가진 돈 액수에 관한 진술도 차이를 보였다.

앞서 이정학은 자신이 9천만원을 챙겼으며 이승만이 2억 1천만원을 가져갔다고 진술했으나 이승만은 훔친 3억원을 똑같이 절반을 나눠 가져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승만은 훔친 돈을 주식에 투자했으나 모두 탕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동기에 대해 이승만은 "불법 복제 테이프 도매업을 하던 중 두 번이나 단속되면서, 사회에 불만이 생겼다"고 진술했다. 잇따른 단속으로 생계에 어려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또 "정신없이 총을 쐈고, 은행 직원이 숨진 것은 나중에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경찰에 밝혔다.

경찰은 오는 2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피의자 이승만 "내가 주도했다…총도 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