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연 대구예술발전소 예술감독
최근 음악계 유명 작곡가의 표절 논란으로 사회적 공분을 산 사례가 있었다. 사실 저작권 침해 관련 사례는 미술계에도 존재한다.
지난 2014년, 지역 미술관 영아티스트에 선정되기도 한 대구 출신 작가의 한 설치미술 전시가 진행됐다. 이 작품에 대한 전시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부산지역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표절했다고 주장하며 대구 작가를 상대로 '미술저작물 전시금지 가처분신청'을 했고, 전시는 보름 만에 종료되었다. 이어 부산지방법원에 고무줄로 된 작품의 제작 및 공표 등의 금지 청구와 손해배상 5,000만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부산지역 작가는 본인의 작품이 이미 2013년 7월 타 미술관에서 소개된 적이 있는데 실질적으로 고무줄이란 재료의 사용과 설치되었을 때 사진에 찍힌 작품의 모습이 유사하여, 작품의 독창적인 구성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부산지방법원은 2017년 1심에서 저작권 침해로 손해배상액 1,25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하였다. 대구 지역 작가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2021년 6월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전부 취소하고, 부산지역 작가의 청구를 전부 기각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판결이 부산지역 작가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이유는 자신의 것으로서 권리를 주장하는 것들이 이미 다수의 국내외 작가들에 의해 유사하게 소개된 적이 있으며 이 사건의 작품이 규칙적으로 배열한 설치 방법을 창작의 표현형식으로 보기 어렵다는 감정인의 의견이 수렴되어 결론지어졌다.
이 사건은 7년 동안 한 작가를 고통스럽게 했다. 그는 작품 활동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재판 준비로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한편으론 표절 작가로 낙인찍혀 불명예를 씻어내기 위해서라도 피고는 더욱 재판에 매달렸을 것이다. 사실 1심 법원의 판결 후, 쑥덕쑥덕 말이 많았다. 지역에서 너무 대구 작가를 챙기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 사건은 분명 지역 간 문제가 아니다. 짐작건대 부산 작가는 고무줄을 이용한 공간설치를 통해 시각적으로 스펙타클한 작품을 보여주는 작가다. 그래서 작품 전체를 두고 볼 때 자신만의 독창적인 표현 방법을 침해 당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사실 두 작품은 내용이 각각 달라 유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구 작가의 작품은 고무줄을 매개로 하지만, 관객이 불편함을 경험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런데 재판 과정이 진행되면서 두 작가 모두 독창성이 결여된 작가들이 돼버렸다. 결과적으로 두 작품 모두 내용상으로든 표현적으로든 이미 국내외에서 다른 작가들에 의해 유사하게 소개된 적이 있기에 특별할 것이 없는 작품을 했다는 결과에 도달한 것이다.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정의되는 저작물, 예술작품은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 물론 이 시대의 수많은 작품을 보면 내용이나 형식이 비슷할 경우가 있다. 이는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이 이 사회 안에서 공통되게 작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조금은 너그럽게 창작 활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법은 최후이자 최소한으로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것으로 존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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