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청년이 죽음을 선택했다. 보육원에서 자랐고, 홀로서기를 앞둔 대학생이었다. 최근 그는 보육원 관계자에게 "돌봐 주는 사람이 없어 너무 힘들다"며 외로움을 호소했다고 한다. '아직 읽어야 할 책이 많은데'라며 그가 남긴 쪽지는, 하고 싶었던 것이 많은 어린 청년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한다.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은 잊을 만하면 들려온다. 저마다 사연은 다르겠지만 기댈 곳 없는 이들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부담감과 세상에 나갔을 때 느끼는 외로움은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비슷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자립 정착금 지원 규모를 늘리자' '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자' 등 수치로 보여지는 돈과 시간을 지원해 주자는 논의가 이뤄졌다. 이 같은 논의에 따라 법 개정이 이뤄졌고, 현재는 본인이 원하는 경우 만 24세까지 시설에 머물 수 있게 됐고, 이들에게 지자체에 따라 500만~1천500만 원의 자립 정착금과 5년 동안 매월 35만 원의 자립 수당이 주어진다.
시설에 더 머무를 수 있는 시간과 수백만 원의 돈은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두려움을 덜어 주고, 올바른 생활을 하도록 도와 줄 어른도 절실하다.
그래서 정부는 2007년부터 자립지원 전담요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육시설 관계자에 따르면 자립지원 전담요원 1명이 거의 100명에 가까운 자립준비청년을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립지원 전담요원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자립 전담 기관이나 요원 외에도 자립준비청년들에게 기댈 곳을 만들어 주는 다른 방식도 있다.
대구에서 출발해 서울, 전남 순천 등에도 설립된 SOS어린이마을은 '어머니'가 아이들을 돌보는 시설이다. 물론 혈육인 어머니는 아니고, 시설에 거주하며 맡은 아이들을 양육하는 '어머니'다. 이곳은 오스트리아에서 출발한 보육시설 형태로 아이들을 일반적인 집 형태의 공간에서 돌보고, 가장 중요한 '어머니'가 함께 거주하며 아이들을 양육한다. '어머니'가 있으니 아이들이 안정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퇴소 후에도 '어머니'를 찾아오고 의지한다. 또 집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는 다양한 연령층의 아이들이 형제·자매처럼 사는 방식은 정서적 유대감도 키울 수 있다.
미국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미국의 경우 사실상 우리나라처럼 장기간 아이들을 보호하는 형태의 보육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체적 혹은 정신적 장애가 심한 경우 시설에 위탁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가정에 위탁되거나 입양된다. 실제로 미국은 가정위탁보호율이 70%가 넘어선다.
우리나라의 가정위탁보호율은 2020년 기준 25.9%다. 정부 또한 가정위탁보호율을 2024년까지 37%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논의가 단순히 돈 문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미국처럼 위탁가정을 활성화하거나 SOS어린이마을 사례처럼 가정과 유사한 형태도 논의 선상에 올려볼 만하다.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만 18세는 대학 생활을 즐기고, 미성년 시절에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하는 자유를 얻을 수 있는 설레는 나이일 것이다. 하지만 보육시설의 아이들에게 저 숫자가 얼마나 공포스러울지 공감한다면, 이들에게 기댈 곳을 만들어 줄 방법도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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