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연 대구예술발전소 예술감독
네이버가 지난 22일 홀몸 어르신을 위한 인공지능(AI) 콜 서비스인 '클로버 케어콜'에 '기억하기' 기능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AI가 돌봄이 필요한 홀몸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하고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로, 기억 기반 대화를 구현하고, 홀몸 어르신의 상태를 지속해서 관찰할 수 있도록 해 지자체의 돌봄 업무를 돕고 대화의 만족도도 높일 계획이라고 한다. 인건비가 올라 기계가 대체하는 추세라지만 이건 좀 매우 서글프다.
언택트 시대, 코로나19를 겪으며 사회적 거리두기는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 시기를 거치며, 누구나 가족과의 만남은 물론, 친구가 보고 싶고, 수다 떨고 싶고, 맛난 것도 같이 먹고 싶은 마음은 간절해졌을 것이다. 전시장을 돌며 작품을 감상하고, 큰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고, 경기장에서 목이 터지라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 공통되게 느끼는 것 아닐까. 바로 교감이다. 그래서 네이버가 야침차게 내놓은 AI 콜서비스는 낯설고 불안하기만 하다.
지난해 가을, TBC 도시재생과련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면서 부산 영도 봉래산 아래 언덕에 있는 봉산마을에 다녀왔다. 과거, 호황을 이루던 조선업 현장 근로자들이 모여 살던 이곳은 조선업의 불황과 뉴타운 해제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한때 많은 사람이 떠나고 낙후한 곳이었다. 그런데 총 400여 채의 건물 중 87채가 빈집이었던 봉산마을이 2018년 시작된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함께 다시, 살기 좋은 마을로 탈바꿈한 것이다. '빈집 줄게 살러 올래'와 같은 프로젝트로 젊은이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주민과 관광객이 찾기 좋은 카페와 서점, 공방 등으로 채워졌다.
특히 이곳에서 놀란 점은 이곳에 사는 50, 60세 분들이 마을관리협동조합을 만들어 70세 이상 어르신들을 돌본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2, 3번씩 동네에 계신 어르신께 전화해 안부를 묻고, 한 주에 한 번은 찾아가 음식을 대접하고, 최근에는 도시락 배달을 하며 사람 사는 온정을 나누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던 곳이다. 이게 사람 사는 모습이 아닐까. 서로가 협력해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고자 노력하니 말이다.
AI 케어콜 서비스가 낯선 이유는 뭘까. 기술이 발달해 우리 삶에 편리함을 제공한다는 장점보다는 내가 노인이 되었을 때 내가 대화하는 상대가 사람이 아닌 기계이고 그 기계가 날 위로하고 체크한다고 생각하니 씁쓸하다 못해 눈물이 앞을 가린다. 독거 어르신이 점점 늘고 있다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들을 배려하는 마음과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지자체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서로 교감하고 연대할 수 있는 내용으로 독거 어르신을 돕고 살기 좋은 사회가 만들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두가 동감하고 납득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삶을 스스로 비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내 일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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