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담대한 구상'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만 밝히면 대규모 경제 지원을 하고 이를 위해 대북 제재도 완화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가 "북한이 근본적인 행동과 접근법을 바꾸지 않는 한 대북 제재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담대한 구상'에 대한 원칙적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도 거부했다.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9일 조선 중앙통신사를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담대한 구상'이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우리는 절대 상대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예견됐던 것이다.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비핵화와 개방을 하면 1인당 국민소득을 10년 내에 3천 달러가 되도록 지원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구상과 유사하다. 북한은 이를 거부했다.
무엇보다 대북 제재 완화는 남한 정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국이 참여하는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제재 면제를 받아야 한다. 이는 미국의 동의가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의 독자적 제재도 있다. 이들 대북 제재 참여국들은 윤석열 정부의 제안대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면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제재를 완화할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는 즉시 북한 광물 반출을 허용하고 식량을 지원한다는 '한반도 자원·삭량 교환 프로그램'부터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 '담대한 구상'은 비현실적이다. 대북 제재 완화로 북한 비핵화를 견인한다는 구상은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처절하게 실패했다. 국제사회가 외면했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해도 지킬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하면서 지금까지 6차례나 핵실험을 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여기서 얻은 교훈이 제재 이외에는 북한 비핵화를 견인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발상을 바꿔야 한다. 대북 제재는 섣불리 완화할 게 아니다. 대화의 통로는 열어두되 북한이 비핵화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대북 제재는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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