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미술관 문화

입력 2022-08-16 10:53:33

강효연 대구예술발전소 예술감독

강효연 대구예술발전소 예술감독
강효연 대구예술발전소 예술감독

초대 문화부 장관을 역임한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가 지난 2월 26일 별세했다. 노태우 정부 때 문화공보부가 공보처와 문화부로 분리되면서 출범한 문화부 초대 장관(1990~1991)이었던 이어령 교수는 당시 대한민국 미술관 1천 개를 세우겠다고 정책적인 구호를 발표하면서 내게 각인된 인물이다. 또한, 이 강력한 메시지는 훗날 미술을 공부하고 그 가치를 깨닫는 데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처음 그가 말하는 1,000개는 분명 과하게 느껴졌지만, 중요한 것은 미술관의 의미와 가치를 고려한 이어령 교수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었다.

근대적인 의미에서의 최초의 미술관 역사는 프랑스 혁명기에 국민의회가 루브르궁을 접수한 후 이를 개조하여 루브르 미술관으로 개관, 과거 왕족이나 귀족이 독점하다시피 한 문화재나 보물, 미술품들을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하면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도 가장 먼저 세워진 최초 박물관으로 이왕가박물관이 있다. 1907년 순종이 경운궁에서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기게 되자, 순종을 위무한다는 목적으로 창경궁에 식물원, 동물원과 함께 황실에서 설립을 추진하였다. 처음에는 황제의 관람을 목적으로 하였으나 1909년 11월 1일 일반 공개 이후 대중의 교육과 관람에 이바지하고자 하였다. 이렇듯 국가의 문화유산을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공유함으로써 교육은 물론, 문화의 가치와 의미를 견고히 할 수 있는 미술관의 역할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수집 보존에만 주력하는 보물창고로서의 미술관은 현대로 이어지면서 의미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고, 미술관 설립의 움직임이 활성화되면서 미술관의 역할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영국은 1845년 박물관법을 제정, 미술관이 단순히 보물창고로서가 아니라 시민의 공공교육 기관이자 사회 봉사적 기능을 수행하는 제도라는 점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동시대로 이어지는 다양한 콘텐츠의 제시는 전시를 통한 감상은 물론, 전시설명회, 작가와의 만남, 강연, 세미나, 등이 활성화되고 에듀케이터, 레지스트라, 큐레이터 등의 역할이 강화되는 전문인력을 배치해 운영하게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2020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국공립 사립박물관은 897개, 미술관은 267개다. 국공립미술관 외 사립미술관과 박물관도 포함되었지만, 어찌 되었건 이어령 교수의 뜻은 어느 정도 이뤄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대구에서 근대미술관의 부재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1988년 우리나라는 최초로 올림픽을 개최했다. 당시 올림픽을 개최하려면 개최국에 몇 개의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어야 하는 조건이 있었다. 그래서 서울시립미술관이 이 시기에 급하게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개최국이 갖춰야 할 조건이 되기도 하는 미술관의 의미는 무엇일까. 미술관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정서 등 한마디로 그곳을 대변하는 곳이다. 다시 말해 미술관이 지역 혹은 국가를 대표하는 우리의 것이라면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장소로 인식되어 발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