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균형발전 정책 대변화 필요…20년 추진했지만 '더 기울어진 운동장' 됐다

입력 2022-08-15 15:31:22 수정 2022-08-15 21:10:03

대구 20년 전 6위서 8위로 추락… 경북은 20년째 하위권
전체 국토 12%인 수도권에 총인구 50.3%, 일자리 50.5% 집중
역대 정부 균형발전 정책 추진에도 한계 뚜렷
"지역 생산성 확보해야, 낙수효과 기대 어려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인 지난 4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인 지난 4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단체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지난 4월 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단체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역대 정부는 보수·진보를 떠나 모두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공약을 내걸고 적잖은 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해소되지 못하고 오히려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와 일자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등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발전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 균형발전 추진을 위한 정책적 대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지율 하락으로 국정 대전환을 요구받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과감한 지방분권 정책 시행을 통해 새로운 도약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구 20년 전보다 하락, 경북은 줄곧 하위권

최근 산업연구원이 참여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지역별 균형발전 지표 변화를 분석한 '수도권·비수도권 간 발전격차와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역대 정부마다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불구, 지난 20년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발전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고착화됐다.

균형발전 지표는 지역발전 수준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자 인구증감률과 재정자립도 등 핵심지표를 지수화해 17개 시·도별 순위 변화를 분석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대구의 지역발전 수준은 20년 전보다 하락했고, 경북은 20년 째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구는 참여정부에서 6위(6.46), 이명박 정부까지 6위(5.98)를 유지했으나 박근혜 정부에서 8위(5.43)로 하락한 후 문재인 정부에서도 8위(5.25)에 그쳤다.

경북은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15위(각각 2.80, 2.76),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14위(2.93, 2.99)로 한 단계 상승하긴 했으나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경북을 비롯해 전남, 강원 등 하위권 지역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곳으로 인구증감률과 재정자립도 모두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경북의 인구수와 재정자립도는 20년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경북 인구는 2001년 278만명에서 2021년 263만명으로 떨어졌고, 재정자립도는 2001년 31.3%에서 2021년 29.8%로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구 인구 역시 2001년 253만명에서 2021년 239만명으로 감소했고 재정자립도는 2001년 75.3%에서 2021년 48.9%로 급감했다.

반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은 참여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줄곧 상위권을 차지했다.

경기는 참여정부 4위(7.04)에서 문재인 정부서 2위(8.09)로 올라섰고 인천 3위(6.97), 서울 4위(6.79) 등 수도권 3개 시도의 순위 변동은 있으나 매년 상위권을 유지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비대칭적 균형발전 상황이 굳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균형발전 핵심지표를 기준으로 229개 시·군·구를 균형발전 상위·하위지역으로 구분해 20년간 총 인구 수 변화를 살펴본 결과, 상위 지역(57개)의 인구는 지난해 2천298만명으로 2000년보다 316만명이 늘어난 반면 하위 지역(58개)은 같은 기간 335만명에서 268만명으로 67만명 감소했다.

상위 지역 중 37개가 수도권, 하위 지역 중 53개가 비수도권 지역임을 고려하면 수도권 인구가 늘고 비수도권 인구는 줄면서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됐다는 뜻이다.

하위 지역 중 비수도권 지역의 2017∼2019년 재정자립도는 평균 20.1%로 재정 여력이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수도권 지역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73.4%로 지역 자체적인 재정 여력 격차가 큰 상황이다.

지난 5월 8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의

◆20년간 수도권-비수도권 양극화 심화

지난해 기준 수도권 집중 정도를 보면 전체 국토의 12%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총인구의 50.3%, 청년인구의 55.0%, 일자리의 50.5%, 1천대 기업의 86.9%가 집중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수도권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3천710만원으로 비수도권(3천410만원)보다 300만원 많았다. 단위면적당 주택 매매 가격도 수도권이 비수도권 대비 3배 이상 높았다.

신용카드 사용액은 비수도권이 24.4%, 수도권이 전체의 75.6%를 차지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생산, 소비, 자산 수준의 격차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2000년 초반까지는 비수도권이 총인구수와 GRDP의 우위를 차지하다가 매년 격차가 좁혀져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수도권이 비수도권을 추월했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지역 생산 수준의 차이가 인구 유출의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저소득 지역에서 고소득 지역으로 인구 유입을 유발해 수도권 집중화를 낳은 것이다.

◆역대 정부 균형발전 정책 한계 극복해야

지난해 대구경북연구원과 광주전남연구원이 발간한 '차기정부의 지역발전정책 방향' 보고서 등에 따르면 역대 정부마다 국가 균형발전을 공언하고 지방정책을 추진해왔지만 한계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노무현 정부는 분산·분업·분권의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했다.

수도권 과밀 해소를 위해 비수도권으로 기능, 자본, 인구를 분산시키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기능도시,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을 실시했다.

주민소환·주민투표·주민소송제 도입 등 주민참여권도 확대했으며 제주특별자치도 설치도 참여정부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강력한 정책 의지에도 불구하고 분산정책은 경제효과가 미흡했고, 지역별로 전략산업이 차별화되지 못해 한계를 보이는 등 선언적 효과에 머물렀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는 규모의 경제를 위해 '5+2 광역경제권' 발전 전략을 추진했으며 네트워크 경제 실현을 위한 광역경제권 개념을 제시했다.

또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 도입으로 지방 재정 확충을 추진했으며,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법을 제정하고 통합 창원시와 세종특별자치시를 설치했다.

하지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 지역별 특성과 권역간 차별성을 고려하지 못했고, 실질적 재정 확충 효과도 미약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중앙집권적 정책 추진으로 중앙정부가 사업선정권을 독점해 공모형 사업 선정으로 인한 지역 갈등도 심화됐다고도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는 지역행복생활권 정책을 추진해 기초생활권을 구체화했으나 공간단위가 대도시권 경쟁시대에 맞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흡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지역 일자리 위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부족했다"면서 "자치분권과 관련해선 헌법 개정, 자치입법권 확대 등 추진이 미흡했고, 가장 낮은 수준의 권한 및 사무 이양 실적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32년 만에 지방자치법이 전부개정 됐고 혁신도시 시즌2, 지역산업 3대 혁신 등 정책 연속성을 가져갔다는 점이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재정분권을 통한 국세와 지방세 비율 7대 3 달성 공약은 실현되지 못했고 2단계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공약도 지키지 못했다.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을 계승하고자 했으나 뚜렷한 국토공간 관련 정책이 부재했다"면서 "행정구역을 넘어선 지방정부간 협력 사업 추진을 강조했으나 실질적인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선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8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의 '대구경북 지역 정책과제 대국민 보고회'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병준 지역균형특위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지역 생산성 확보 필수"

산업연구원은 향후 비수도권 지역에 기업이 들어서고 대규모 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미국의 '기회특구'(Opportunity Zone)와 같은 공간을 조성해 조세 감면과 규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연구개발특구, 경제자유구역, 산업단지, 혁신도시 등의 지역성장거점은 낙후 지역이 아닌 대도시나 인구 50만명 이상의 도시에 주로 분포돼 있는데 지역 생산성이 낮아진 지금은 지역별 핵심·거점도시에서 소도시·농촌 지역으로의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특정 지역 중심의 주력산업 육성 정책에서 벗어나 인접 지역의 역량을 활용하는 특화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지역 균형 발전과 생산성 수준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낙후 지역에 대한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발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생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역 생산성 확대에 초점을 맞춘 핵심 분야와 공간에 대한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되 자생적인 산업 육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제도 지원, 균형발전 수준에 따른 차등적 지원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