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부가가치 '경북 식량산업'

입력 2022-08-17 09:30:41 수정 2022-08-17 18:48:35

김정화 경북농업기술원 농촌지원국장

김정화 경북농업기술원 농촌지원국장
김정화 경북농업기술원 농촌지원국장

지난 6월 유엔 산하 식량 관련 국제기구인 FAO와 WFP는 "세계 식량위기 도래가 임박했다"고 공동 발표했다.

2020년 현재 세계 인구는 50년 만에 2배인 78억여 명으로 급속하게 증가한 반면, 세계 식량 총생산량은 기후변화 영향 등으로 크게 감소하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19 등 전염병 대유행은 지구촌의 식량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녹색혁명으로 주곡인 쌀 생산 자급을 이룩한 후 배고픔의 서러움을 잊은 지 오래됐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식량 수급 사정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식습관의 변화로 쌀은 공급이 많아 가격 하락 압박을 받고 있는 반면, 밀의 자급률은 1%에 미치지 못하고 수입 가격은 최대 40% 이상 상승했다.

2021년 곡물 자급률은 80% 이하로, 쌀을 제외하면 5% 미만이다. 특히 밀과 옥수수의 자급률은 1%를 밑돌고 있다.

식량은 수요와 공급이 비탄력적이라 조금만 남거나 부족해도 가격 등락이 커서 대부분 국가같이 우리나라도 식량안보를 우선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식량안보지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으로 식량안보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경북의 경지 면적은 전국 1위이며 논 면적은 전국 4위다. 과거부터 경북 농업은 전국 쌀 다수확왕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등 녹색혁명의 산실로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을 선도해 왔다.

이에 경북도는 식량안보를 민선 8기 주요 정책과제로 선정, 경북 농업이 식량 걱정 없는 국민의 생명 창고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식량산업 대전환 프로제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첫째로 경지이용률을 높여 단위 면적당 농가소득을 향상시켜 식량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나갈 예정이다.

경북은 경지이용률이 98%로 전국 평균 107%에 못 미쳐 경기도를 제외하면 전국 최하위다. 경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1모작에 비해 50% 이상 소득을 높일 수 있다.

들녘 단위 대규모 기계화 재배단지를 육성, 논에 벼 대신 수급을 고려해 콩, 밀, 조사료 등 대체 식량작물을 늘릴 계획이다.

둘째로 식량산업의 거점단지를 육성해 생산·가공·상품화(소비) 등으로 연결된 식량산업의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경북은 밀이나 콩을 수매에 의존하는 1차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경북 내에 거점 가공시설을 설치해 생산 농가에는 공공수매 이외의 안정적인 소득 보장 장치를 마련하고, 1차 가공된 제품을 이용해 2차 가공제품을 상품화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셋째로 식량산업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디지털 재배기술 연구는 물론 민간업체와 협력해 소비자에게 맞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원료곡은 가공할 경우 최대 10배 이상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어 1차 산업이던 식량산업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끝으로 산·학·관·연 민관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해 범도민 차원에서 중앙정부, 도 유관기관, 농업인과 업계 및 소비자가 국민의 먹거리를 함께 걱정하고 대안을 마련해 가며 노력할 것이다.

경북 농업에 불어올 새바람이 국민에게는 먹을거리 걱정을 덜어내고 식량산업을 고부가가치산업 모델로 해 농촌 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