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주한 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 10일 "한국 정부는 대외적으로 '3불(不) 1한(限)' 정책 선서를 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우리 외교부가 "'3불'은 약속이나 합의가 아니며, 사드 기지 정상화 등 정부가 추진해 온 기존 입장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라고 11일 밝혔다. 중국이 요구하는 '3불 정책' 계승은 물론 '1한'의 수용도 불가함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연한 소리다. 사드 배치는 우리 군사주권의 문제다.
중국 외교부는 뒤늦게 '선서'(宣誓)를 '널리 알린다'는 뜻의 '선시'(宣示)로 수정, 주장의 강도를 낮추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일방적 주장'이란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3불(사드 추가 배치 불가·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불참·한미일 군사동맹 불가)이 합의나 약속이 아닌 입장 표명일 뿐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1한'(이미 배치된 사드 운용 제한)도 중국 관영 매체들이 몇 차례 거론해 왔을 뿐 한중 양국 정부 어느 쪽도 확인해 준 적이 없다.
중국의 주장은 한국의 뒤통수를 친 것이란 점에서도 용납할 수 없다. 지난 9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회담에서 3불의 유효성을 두고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하지만 양국 외교부는 회담이 끝난 뒤 두 장관이 "사드 문제가 상호 협력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라고 밝혔다. 그래 놓고 하루 만에 '3불 1한'을 이행하라고 목청을 높인다. 한국을 대등한 주권 국가로 본다면 가능하지 않은 오만이다.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방어 무기다.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 핵·미사일을 저지했다면 사드는 필요 없었다. 한국 내 사드 배치는 중국이 자초한 것이다.
중국은 사드 레이더의 탐지 거리가 중국에 닿아 중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논리라면 중국도 한국 안보를 위협한다. 한반도와 일본 전역을 탐지하는 레이더를 산둥(山東) 반도에 배치했으니까. 윤석열 정부는 중국의 오만한 군사주권 부인에 지속적이고 단호히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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