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때 무산됐던 빗물터널, 다시 뚫는다

입력 2022-08-11 08:30:52

박원순, 과도한 토목공사 지적에 빗물터널 사업 7개 중 6개 중단
중부 집중호우로 남은 6곳 건립 재추진키로

9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의 도로에 빗물이 고여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의 도로에 빗물이 고여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강남역 일대에 100년에 한 번 올 수 있는 비까지 감당할 수 있는 빗물저류배수시설(빗물터널)을 만들기로 했다. 약 10년 전 추진됐다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취임 후 대폭 축소된 해당 사업이 재추진될 전망이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와 힘을 합쳐 지난 2011년 이후 중단됐던 상습 침수지역 6개소에 대한 빗물저류배수시설 건설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빗물저류배수시설은 지하 40m 내외에 터널과 같은 구조물을 설치해 집중호우 시 저지대에 고인 빗물을 저류하거나 배수하는 시설이다.

빗물터널 건립 얘기가 처음 나온 건 지난 2011년이다. 2010년 광화문, 강남 일대 물난리,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등 집중호우에 따른 침수 피해가 잇따르자 서울시가 빗물터널 건립을 처음 꺼내든 바 있다.

당시 재임 중이던 오 시장은 상습 침수 지역인 강남역과 양천구 신월동, 광화문 등 7곳에 대심도 배수터널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0년 간 5조원을 투입해 시간당 100㎜ 집중호우에도 견딜 수 있도록 수해 안전망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해 11월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하면서 계획은 전면 수정됐다. 환경단체를 비롯해 '과도한 토목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반대가 많았던 탓이다. 결국 7곳 중 6곳에 대한 터널 건립 계획이 무산됐고, 양천구 신월동 일대 1곳에만 건립이 완료됐다.

오 시장은 10년 전 중단됐던 6곳에 대한 대심도 배수터널 공사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1단계로 강남역 일대, 도림천, 광화문 지역에 2027년까지 시설 건설을 완료할 예정이다. 2단계 사업으로 동작구 사당동, 강동구, 용산구 일대에 대한 시설 건립에 나선다. 이를 위해 향후 10년 간 1조5천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도 "시간당 95~100㎜의 폭우를 처리할 수 있는 32만t 규모의 저류 능력을 보유한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이 건립된 양천지역의 경우 이번 폭우 사태에서 침수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며 "대심도 터널 공사는 대규모 재정투자가 필요하고 현재와 미래세대를 위한 중장기적인 투자 사업이다. 지방채 발행을 통해서라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