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선 대구문인협회 아동분과위원장
도시와 농촌의 도로 등 모든 길에서 현수막 홍보물을 쉽게 볼 수 있다. 대구시와 각 구청은 불법 현수막에 대해 단속을 하고 있지만 줄어들 기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신고된 현수막은 게시 기간이라도 볼 수 있지만, 신고조차 하지 않은 불법 현수막의 문제는 심각하다.
선거 전후에는 현수막이 더 많았다. 공직선거법에 의하면 현수막은 후보자가 해당 선거구 내 읍면동 수의 2배로 게시할 수 있다고 하니 각 정당과 무소속 후보까지 계산하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가장 골치 아픈 것은 다 쓴 현수막을 처리하는 일이다. 폐현수막은 수거해도 재활용률이 25% 정도로 낮다. 나머지는 소각하는데, 이때 환경오염 성분이 배출된다. 합성섬유로 제작된 현수막의 경우 소각할 때 다량의 온실가스와 다이옥신 등 발암물질이 나온다.
폐현수막의 문제점을 인식한 환경단체들은 재활용해 보려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년째 폐현수막 재활용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녹색발전소'는 폐현수막으로 에코백과 산업용 마대, 수방용 모래주머니, 가방 등을 만들고, 현수막에 사용된 노끈은 잘라 수출하기도 한다.
올해부터 행정안전부가 '폐현수막 재활용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국 22곳의 지자체를 선정해 사업비를 지원했는데, 지자체가 폐현수막을 이용하여 재활용해 보려는 데 목적이 있다.
서울 강북구가 올해 환경부에서 주관한 '폐현수막 재활용 사업계획 평가'에서 전국 최우수 자치구로 선정됐다. 지난 20대 대선 이후 대량 발생한 폐현수막을 재활용하기 위해 환경부가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5월 2일부터 6일까지 폐현수막 분리배출 홍보와 활용 지속성 등에 관해 평가한 결과 강북구가 최고 등급을 받았다. 최우수 1곳을 포함해 전국에서 4개 자치구가 수상했는데, 강북구는 4천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버려지는 폐현수막을 이용해 장바구니를 만들어 전통시장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 사용했다.
대구 지역 각 지자체에서도 6·1 지방선거 전후로 사용된 폐현수막들이 마대, 장바구니 등으로 재활용됐다. 지역에서도 버려질 폐현수막을 다양한 제품으로 만들고, 재활용에 폐현수막이 이용돼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역별 폐현수막 재활용률은 대구가 47.7%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울산이 70.5%로 가장 높고, 대구에 이어 경남 45.5%, 경기 43.3%, 전북 43.2% 등 순이었다.
재활용률이 높은 대구 남구청은 업사이클과 리사이클 제품을 기획·디자인했다. 현수막을 수거하고 세탁 과정을 진행한 뒤 파우치, 가방 등의 제품을 만들어 남구 주민에게 홍보용으로 배부했다고 한다. 또 지난 대선 당시에는 대구시 청소년문화의집과 연계해 청소년 체험 부스를 운영해 효과도 올렸다.
시민 모두가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재활용업체에서 만든 제품을 사용하고, 또 정책적인 대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환경단체에서는 감시 감독을 강화하고 현실적으로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는 폐현수막 양 자체에 대해서 고민하고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현수막의 크기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건물 외벽에 걸리는 큰 사이즈 현수막은 그 사이즈를 규제할 필요가 있고. 현수막에 사용되는 잉크 등 유해 물질에 대해서도 정부의 철저한 규제가 있어야 폐현수막의 이용도가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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