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나이 든 어부 산티아고는 고기잡이를 나갔지만 84일이나 허탕 친다. 어부들에게 산티아고는 웃음거리였다. 마침내 85일째 되는 날 바다로 나간 산티아고는 자신의 배보다 더 큰 5.5m짜리 청새치를 이틀간 혈투 끝에 낚는다. 그는 고기를 끌고 돌아오다 상어 떼를 만난다. 상어 떼는 청새치 고기를 몽땅 발라 먹는다. 그에게는 청새치의 뼈만 남는다. 산티아고는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누구에게도 사투 과정을 얘기하지 않았다.
산티아고가 잡은 청새치는 참치의 일종이다. 강하고 긴 창 모양의 위턱을 가졌다. 다랑어와 새치는 우리나라에선 참치로 불린다. 1957년 국내에 참치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진(眞)치'로 불렸다. '진짜 맛있는 생선'이라는 의미였지만 어감이 좋지 않아 나중에 참치로 바뀌었다. 횟집이나 참치 전문점에서 볼 수 있는 붉은기 도는 참치가 다랑어다. 횟감으로는 참다랑어(혼마구로)를 모든 참치 중 으뜸으로 친다.
최근 죽은 참치가 대량으로 영덕 장사해수욕장으로 떠밀려 오면서 주민들과 피서객들이 깜짝 놀라는 일이 발생했다. 참치가 부패하면서 악취가 나기도 했다. 이 참치는 영덕 앞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어업인들이 버린 것이다. 국제협약에 따라 참치는 포획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다. 올해 경북에 배정된 물량 74.4t은 일찌감치 소진돼 조업이 중단됐다. 어업인들은 그물을 끌어 올려야 어획물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참치를 빼고 잡기는 어렵다고 한다. 어업인들이 참치를 잡았다가 그대로 바다에 버리고 있는 것이다. 참치는 잡혀서 바다 밖으로 나오면 오래 살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죽은 상태로 버려진다. 포획량을 초과해 참치를 잡으면 수산업법 위반으로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소설 '노인과 바다' 속 산티아고는 힘들여 잡은 청새치를 상어에게 뺏긴 반면, 동해안 어민들은 잡은 참치를 바다에 허망하게 버리고 있다. 문제는 기후 변화로 수온이 상승하고 해류가 변화해 동해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참치가 최근에는 다량으로 잡힌다는 점이다. 그만큼 버려지는 양도 늘면서 해양오염 우려도 커진다. 참치 포획 한도를 늘리는 게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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